위 영상은 폐암검진을 위해 내원하신 69세 남자 분의 폐CT 영상입니다. 폐암검진을 위해 오셨고 인공지능 판독 프로그램으로 자그마치 23개의 폐결절이 발견되었죠. 만약 영상의학과 의사가 눈으로 이걸 다 발견해서 기술을 하고 했다면, 이 영상 하나를 판독하는 데에도 3,40분은 소요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검진 대상자는 2년 전인 2022년에도 폐암검진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과거 영상과 현재 영상을 이렇게 비교하는 게 가능합니다. 비교 결과 이전에는 매우 희미한 간유리음영 결절을 의심할 수 있는 위치에 새롭게 불규칙한 형태의 고형결절이 발생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영상과 비교해서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 폐결절은 폐암의 가능성이 지극히 높기에 조직검사나 PET-CT 등 추가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인공지능 판독시스템을 활용한 폐암 검진CT는 굉장히 효과적이고 우수한 검사입니다. 다만, 저는 그렇게 폐암 검진CT가 좋은 검사였다는 소감에 더해 몇가지 생각해볼 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 저는 평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폐암검진CT는 인공지능 판독에만 맡기지 않고 제 스스로도 직접 영상을 이중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폐암 가능성이 매우 높은 폐결절이 있던 곳을 과거 2022년에 촬영했던 영상을 다시 확인해보면 아주 희미한 간유리음영의 국소병변을 의심해볼만한 소견이 retrograde로 확인되더군요. 하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소견을 인공지능 판독영상으로도, 제 눈으로도 발견하지 못했었죠. 이렇게 폐암의 가능성이 높은 폐결절이라 할지라도 초기에 발견하는 건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검진 목적의 영상판독이 얼핏 쉬워보여도 이렇게 민감하고 어렵다는 걸 임상경험을 쌓아가면 갈수록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 흡연력이 있는 분들 중에는 위와 같이 일일이 신경쓰기 어려운 자그마한 폐결절들이 많이 존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경우 사람의 힘으로는 이걸 일일이 빠짐없이 발견하고 그걸 기술하는 게 사실 불가능하지요. 영상의학과 의사의 판독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공지능 판독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사안이지요. 현재는 30갑년(30 pack years)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분들만을 대상으로 인공지능판독을 포함한 폐암검진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업 대상의 확대가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 위의 증례에서 결정적으로 폐암의 발견과 확신이 용이했던 이유는 인공지능 판독프로그램이 2년 전에 시행했던 영상과 비교를 해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하는 영상검사는 이와 같이 과거 영상과의 비교 과정이 진단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건강검진을 하는데 가장 비효율적이고 해서는 안되는 행위는 고가의 건강검진을 한 번 받아놓고선 안심하고 그 다음부터는 검진을 받지 않는겁니다. 건강검진은 저렴하고 기본적인 검진이라도 1년에 한번씩은 꾸준히 받는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과거에 촬영했던 영상데이터가 남아있어서 비교가 가능하도록 같은 병원이나 검진센터에서 꾸준히 받는게 좋습니다. 위의 증례처럼 과거 영상데이터와 비교를 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진단이 불가능한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