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에도 자본유출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 환율,금리,선물의 역학관계

유투브 삼프로tv 5월1일영상

내용요약

  1. 우리 국고채 1년물 금리는 3.5%, 미국채 1년물 금리는 5.3%이다. 금리 차이만 2%가까운데 미국채는 달러표시다. 누가 봐도 미국채가 금리로나 표시통화로나 안전성으로나 미국국채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 그런데 왜 국내외 투자자들은 유리한 미국채 뿐 아니라 불리한 국고채도 여전히 매수하는 걸까? 그리고, 이렇게 금리 차이가 높은데 원달러 환율이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보다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걸까?
  2.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채를 살 때 환헤지를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리스크를 감수하고 1년 후 달러 강세게 배팅하기 위해 미국채를 사면서 일부러 환헤지를 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는 환헤지를 하지 않고 리스크를 노출시키는 선택은 불가능하다.
  3. 그렇게 환헤지를 위한 외환선물거래가 크게 활성화되있다 보니 1년 후 선물환 시장에서 원달러 선환율이 떨어지고 있다(1년 후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려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물계약이 성행 중). 예를 들어 4월30일 기준 현물환 시장에서 현물환율은 1달러 당 1,380원이지만 1년 후 선물환 시장에서는 29원30전 더 낮은 1,35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국내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 상당한 비용이다.
  4.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물환 시장에서 입장이 반대가 된다. 현재 원달러 환율 1,380원 대로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산 후 선물환 시장에서 선물을 매입하면 그냥 앉은 자리에서 2.1%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 국고채 1년물을 매입해서 3.5%의 이자까지 챙긴다면 가만히 있어도 5.6%의 무위험 수익을 챙길 수 있으므로 우리 국고채에 대한 수요가 매우 강한 상태이다. 특히 미국의 본사에서 여전히 낮은 이자의 예금을 통해 저렴하게 조달해온 달러를 가지고 무위험 5.6%의 눈먼 돈을 챙기는 이런 기회는 흔하게 오는게 아니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우리 국고채에 강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5. 지금까지 이러한 매커니즘이 작용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이 균형을 이루어 왔지만, 만약 금융위기 같은게 발생해서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달러를 급하게 조달해야 하는 응급상황이 생긴다면 이러한 프로세스는 깨지고,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이렇게 벌어진 게 2022년부터였습니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금리가 이렇게 높은데 한국은행은 왜 금리를 올리지 않느냐, 자본유출과 물가상승으로 경제가 망가지기 일보직전이다. 한국은행장은 부동산 거품붕괴를 막는것만 신경쓰는 모리배가 아니냐” 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윤석열정권의 국정파탄과 리더십 부재, 경제적으로는 물가상승과 PF부실의 처리 문제등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원달러환율이 생각보다 가파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해서 설명하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돈을 주무르고 굴리는 시장참여자들이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왜 지금 이런 현상들이 나오는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미간 금리 차이 -> 원달러 환율 상승 -> 물가 폭등, 경제 위기 와 같은 단선적이고 일차원적인 도식관계를 가지고 무언가를 도출해내려 한다면 그건 정치적인 프로파간다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어야 할겁니다.

지금 원달러환율이 급격하진 않지만 꾸준히 계속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위의 본문에서 2번에 해당하는 사항, 즉 개인투자자들이 환헤지 없는 미국 주식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등의 원인도 크게 기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에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은 위기상황에 의한 환율 충격이 왔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부터 우리나라나 미국 어느 쪽에서든 경제적으로 무언가 응급한 위기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원달러 환율이 여기서 갑자기 크게 튀어버리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정말로 우려해야 하는 리스크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하는 데에서 다가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부분은 정치적인 프로파간다로 우리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뇌까리는 목소리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루고 대비해야만 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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