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로 만드는 니트 의류가 겨울에 따뜻하고 핏이 좋아서 찾는 사람이 많지만, 저는 보푸라기나 살에 까슬거리는 느낌이 싫어서 입지 않습니다. 제 안사람은 아예 양모 원단을 컨디션 안좋을 때 잘못 입으면 피부가 가려워서 고생하기 때문에 아예 못입고 있지요.
그런데, 양모 중에서도 메리노 울은 양털이 가늘어서 보푸라기가 피부에 그대로 눌리기 때문에 까슬거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메리노 울이 고급소재라는 걸 강조하는 광고인데, 아웃도어 의류 중에서는 이 메리노 울을 소재로 만든 베이스레이어들이 많습니다. 피부에 직접 닿는 베이스레이어를 양모로 만들 정도라니 메리노 울이라면 피부에 자극이 없이 까슬거리지 않는걸까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들죠.
아웃도어 의류 관련 사이트들에서 메리노 울 소재의 베이스레이어를 예찬하는 글들을 보면 그야말로 이상적인 소재처럼 찬양을 합니다. -20도 정도의 혹한이 아니라면 이거 이상 가는 소재도 없을것처럼 좋은 말들이 많죠. 더울 땐 시원하고, 추울 땐 따뜻하다. 땀을 잘 배출하는데 어느정도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피부에 좋고, 냄새가 베이지 않고 균이 증식되지 않는다. 땀으로 완전히 젖어도 보온성능을 어느정도 유지해준다 등등,,, 듣다보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뭐 정말 피부에 까슬거리지 않고 좋은지는 직접 입어보면 알겠죠? 그래서,, 메리노 울 원단의 베이스레이서와 니트 의류들을 몇종류 사봤습니다.
- 코오롱 HERO 남성 메리노 울 반팔 티셔츠 ( https://www.kolonmall.com/Product/JWTCX24055BLK )
이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고 까슬거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매장에서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다른 브랜드 대비 비쌌습니다.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지만, 일단 까슬거림이 전혀 없습니다. 더울 때 시원하고, 쌀쌀한 저녁 때 따뜻하고,, 느낌 좋은 것도 만족스럽구요.
울 58%, 나일론(코듀라 섬유) 38%, 폴리우레탄(스판) 4% 비중으로 되있습니다. 중성세제로 손빨래가 가능하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세탁망에 넣고 찬물에 짧게 세탁기를 돌려서 쓸 생각입니다. 이어지는 메리노 울 의류들을 통틀어 가격 빼놓고는 가장 만족스러운 제품이었습니다.
2. 브룩스브라더스(BB) 22FW 여성 메리노 울 폴로 스웨터 ( https://www.kolonmall.com/Product/K1671606770082031NO01 )
메리노 울 원단이 까슬거리지 않는다는 말에 안사람에게 선물해준 100% 메리노 울 니트 원단의 스웨터입니다. 그런데,, 입어보니 까슬거린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가 제가 입어봤는데, 조금이지만 까슬거리는 느낌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핏과 디자인이 좋고, 생각만큼 까슬거리지는 않기에 제가 입고 돌아다녀봤습니다. 이정도면 까슬거리는 게 거슬려서 못입을 정도는 아니고, 디자인과 색상도 마음에 들어서 제가 입기로 한 옷입니다.
3. 더닛 컴퍼니 메리노 카라 울 니트 ( https://www.kolonmall.com/Product/K1662013866374060GY01 )
가격은 위에 브룩스브라더스 니트를 훨씬 더 비싸게 주고 구입했는데, 만족도는 이 제품이 두배 이상입니다. 원단이 차이가 있는지는 몰라도, 브룩스브라더스 니트보다 압도적으로 부드럽습니다. 남성용으로 나와서인지는 모르나, 더 무겁고 원단도 브룩스브라더스 니트보다 더 두꺼운데도 확실히 까슬거리지 않습니다. 만드는 방법이나 디자인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같은 메리노 울로도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극적으로 보여준 제품입니다. 게다가 가격은 더 감동,,,
사흘 전 제가 주문할 때엔 3만9천원이었는데, 할인율이 떨어지니 가격이,,, 어쨋던, 가장 싸게 산 메리노 울 니트의류인데, 만족도는 최고입니다.( 멋진 할인가로 팔아준 코오롱 몰도 최고,,, ^^/ )
4. 룬닥스 기머 메리노 LT 티

유명 아웃도어 유투버가 좋은 평을 해서 유명세를 탄 제품입니다. 메리노 울이라고 해서 다 같은 메리노 울이 아니고, 양털의 굵기와 균일도에 따라서 더 부드러운 양모가 있고, 룬닥스에서 나온 메리노 울 베이스레이어 중에서 기머(Gimmer) 카테고리는 18.5마이크론의 가는 양모를 써서 느낌이 좋다고 합니다.
네이버 쇼핑에서 주문해서 입어봤는데, 확실히 좋더군요. 까슬거리는 느낌 전혀 없고, 반들거리는 윤기가 나옵니다. 착용감, 보온성, 다 좋은데다 중성세제로 손세탁 가능합니다. 상품설명란에 Mulesing free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양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키웠다는 뜻이고 원단의 성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1번의 코오롱 HERO 메리노 울 베이스레이어와 비교해보면 더울 때 시원한 느낌이 덜하고, 내구성도 떨어집니다. 물론 혼방과 100% 양모라는 원단 특성의 차이겠지요. 만족스럽게 쓰려고 했는데, 제품에 잉크 얼룩이 묻어있는 걸 뒤늦게 발견해서 교환하려 했는데, 남은 재고가 없답니다. 반품처리를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은 베이스레이어였습니다.
5. 유핑(UPING) 옴므라벨 슈퍼파인 메리노 울 니트
우리나라에서 티셔츠만 전문으로 제작 판매하는 회사로 알려져있는 UPING이라는 곳에서 구입한 슈퍼파인 메리노 울 니트입니다. 앞서 룬닥스에서도 기머 시리즈만 18.5마이크론의 가는 양모를 채택해 좋은 느낌의 베이스레이어를 만들어낸 것에서 같은 메리노 울 중에서도 가는 양모를 쓴 슈퍼파인 등급의 메리노 울 니트면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그런 기대 내지 호기심을 가지고 큰맘 먹고 주문한 니트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구입해본 메리노 울 제품 중에서 가장 심하게 까슬거립니다!! 매우 실망했습니다.
변명 내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게, 모든 제품들 중 원단이 가장 두껍습니다(느낌이 두꺼운 느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특히 팔과 옆구리 쪽이 많이 까슬거려요. 원단 봉합부가 까슬거리는 건 아닙니다. 방금 받은 새 제품인데도 원단 자체가 보푸라기도 많이 일어나있고,,, 의류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디테일을 설명하기는 불가능한데, 결과적으로 다른 메리노울 니트들보다 훨씬 더 까슬거립니다. 이건 제가 돈 버린거라고 인정합니다.
6. 몽벨 슈퍼 메리노 울 L.W. 티셔츠
아웃도어용 메리노울 베이스레이어들을 찾다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던 제품입니다.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해보면 찾을 수 있고, 슈퍼파인 메리노울 로 만들었다고 홍보하는데, 실제 착용해보면 코오롱 HERO 나 룬닥스 기머 제품들보다는 약간(아주아주 약간) 까슬거리는 느낌이 들듯 말듯 합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까슬거리지 않는다고 보는게 맞는데, 원단에 스판섬유가 섞여있어서 몸에 딱 달라붙습니다. 피부와 유륜이 거의 그대로 보일 정도이고, 체형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몸에 달라붙습니다. 배가 나오고 유두 튀어나온게 조금의 가감도 없이 고스라니 드러나서 제가 봐도 부끄러울 정도네요. 이건 말 그대로 등산용 베이스레이어 용도로만 쓸 수 있고, 일상에서 티셔츠용으로 쓰기는 불가능에 가깝,,,
집에서 잠자기 전에나 입고 다녀야겠더라구요. 그래도 스판 재질이라 몸에 딱 달라붙는 느낌이 나쁘진 않습니다. 이 제품도 중성세제로 손세탁이 가능하다고 되어있으나, 조금의 애정도 없이 세탁기 찬물세탁할 예정입니다.
7. 결론
정말 입소문 제대로 타서 유명한 제품은 유명해진 이유가 다 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고 고르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오늘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역시 코오롱은 비싸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 줄 아네요.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건지기도 하고, 원단이나 스펙에 힘을 주어도 디테일을 무시하면 형편없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교훈도 얻은 “메리노 울 니트” 기행이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코오롱 HERO 메리노 울 베이스레이어를 사실 생각이 있으시면, 코오롱몰에서 사지 마시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보고 사세요. 오프라인이 더 싸고, 사은품도 챙겨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