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는 전형적인 보수인사이고, 보수진영의 분위기를 잘 알기 때문에 “개헌”을 전제로 한 윤석열 정권과 보수진영 일각의 연대설을 마냥 가능성 없는 소설로 치부하면 안됩니다. 적당히 윤석열 본인과 가족의 퇴임 후 안전과 내각제를 비롯한 권력 나눠먹기가 가능한 형태로의 개헌 추진에 현정부의 협조가 서로 딜이 될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야합입니다.
저는 이런 야합의 가능성에 윤석열은 퇴임 후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보수진영 뿐 아니라 현재의 민주당과 이재명대표와도 얼마든지 딜을 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얼마 전 영수회담에서도 막후 뒷거래가 있었을 개연성을 의심할만한 해프닝이 있었죠. 자신과 가족이 살기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웃으며 손을 잡을 용의가 있다는 저열함과 자신이 몸담았던 출신이 문재인정권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배제하기 어려운 가능성이죠.
보수진영과든, 민주당과 이재명과든 윤석열이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면, 손을 잡은 대상은 엄청난 이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레임덕 직전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이라는 직함과,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을 활용할수도, 상대편의 공격을 피해갈수도 있는 엄청난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와 윤석열이 손을 잡고 퇴임 후 안전판을 마련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의 미래는 암담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라도 윤석열처럼 무능하고 부도덕한 자가 우리나라의 기강과 지금까지 이뤄놓았던 과실을 곶감 빼먹듯 빼먹더라도 심판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다면 그 다음 권력자가 또 그러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더 나쁜 것은, 윤석열이 개헌을 외치는 세력과 손을 잡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권력의 독점을 넘어 세습까지 이어지는 일본식 부패와 정경유착을 우리나라에서 재현하게 될 수도 있지요.
안타까운 건, 지난 총선에서 분명 윤석열에게 이런 기사회생의 찬스를 주지 않고 곧바로 끝장낼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었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민주당 쪽이 한 석이라도 더 얻는게 중요하고, 혹시라도 불안한 마음에 조국신당을 견제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서 막판에 야권이 얻을 수 있는 몇 석의 표를 그냥 보내버렸던 게 참으로 안타깝고 한스럽습니다.
선거에서 “자기 자신의 입장”이 “시대정신”과 “국민의 요청”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집단은 선거에서 결코 승리하지 못합니다. 지금의 민주당이 그런 막장집단은 결코 아니지요. 하지만, 선거를 관통하는 국민의 요청과 시대의 여망 앞에 자신들의 입장을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묻어가면 누이좋고 매부 좋지 않느냐는 안일한 마음의 틈이 그렇게 몇 석의 의석을 국민의힘이 가져가게 용인해 주었고, 그 몇 석의 여유에 윤석열은 살 길을 도모하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 오물덩어리들을 계속 투척해나갈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이미 벌어질 일을 주어담을 수는 없죠. 이제부터라도 더 잘 해야 합니다. 더 잘 하려면 유권자들이 깨어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국민은 더 피곤하고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는 윤석열이 승리의 미소를 가득 품고 임기를 마치고 나서도 심판받지 않은 채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