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금리 향방, 그런데 알 수 있는 것

유투브 홍장원의불앤베어 2024년 5월27일

시장금리가 말해주는 경제적 함의는 엄청납니다. 향후 시장금리가 어떻게 될 지를 틀림없이 예측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떼돈을 벌 수 있을정도로 시장금리는 그 나라의 경제상황 대부분을 고스라니 반영하게 됩니다. 그런데, 노벨상을 받은 경제석학조차도 앞으로 금리향방을 알 수 없는 걸 넘어서 “알 수 있다”라고 말하는 자는 거짓말장이라고 단언하고 있죠. 이는 현재상황이 너무도 유동적이어서 누구라도 반드시 알 수 없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판단입니다. 저 또한 이에 동의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알 수 없다”라는 것이 상방으로 열려있다가 아니라, 상방과 하방 모두 열려있다는 사실입니다. 금리가 어디까지 올라갈지도 예측할 수 없고, 어디까지 내려갈지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와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인데, 영상에 하워드 막스가 했던 “아무리 그래도 예전같은 0-1%대 시장금리가 재현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에서는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이 폴 크루그먼 교수가 언급한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하워드 막스는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무언가 지나친 확신에 빠져서 어리석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서 하워드 막스가 얼마나 대단한 투자자인지 놀라게 되는데, 정말로 하워드 막스의 예상이 틀려서 시장금리가 폭락하게 된다면 그는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벌게 됩니다. 자신의 예측이 맞아도 돈을 벌고, 틀리면 떼돈을 벌 수 있는 투자전략을 택할 수 있다는 점에 그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네요.

어쨋던, 이렇게 시장금리의 향방을 예측하는 게 불가능함에도 옐런 재무부장관의 “대담한” 금리예측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그녀의 예측이 맞을 확률은 앞으로 생길 수많은 변수들을 생각하면 그리 높지 않겠지만, 영상에서 옐런 장관의 언급들 중에서 중요한 사실이 행간에 숨겨져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세금을 어떻게 징수하던,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하던 이런 건 다음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고 달라질 수 있기에 지금 미리 예상하는 건 의미가 없겠지만, “현재 수준의 시장금리 상황에서는 국채이자 상환만으로도 재정적자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라는 명제 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음 정권이 누가 되든간에, 지금의 시장금리수준을 방치하고서는 어떤 정책도 펼 수 없습니다. 현수준에서 재정지출을 전혀 늘리지 않고 유지만 해도 구조적 재정적자에 빠질수밖에 없는게 현재의 시장금리수준이거든요. 이걸 무슨 수를 써서든 해결해야 하고, 바이든과 트럼프는 정반대 방향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트럼프는 연준의 주리를 틀어서 강제로 기준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옐런 재무부장관은 증세도 함께 병행하겠다는 방안입니다만, 어쨋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건 “현재 수준의 시장금리로는 다음 정권은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선거가 끝나고 정권의 향배가 결정된다면 좀 더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어느쪽이 정권을 잡든 변하지 않는 사실을 토대로 투자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미국 정부의 권능을 믿는다면 시장금리가 지금보다 대폭 내려가는 쪽에 배팅하는게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한 채 구조적인 재정적자, 즉 부채의 이자에 짓눌려 재정집행능력을 상실하는 파멸적인 상황에 빠지는 아노미 상태를 상정하지 않는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정권에 따라 방식은 달라짐) 확실히 시장금리는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의 수도 낮은 확률이지만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주식이든 채권이든 어떤 자산에 투자하더라도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헷지도 어느정도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투자를 할 것인가는 정답이 없고 저보다 아득히 현명한 투자의 대가들은 더 훌륭한 대안들을 이미 마련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것입니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부터는. 홀짝게임처럼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서 어느 한 쪽만을 선택해 배팅하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달라지지 않을 미래가 있는지 확인하고, 거기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성장을 위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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