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를 보면 음식물과 암이 밀접하게 연관되었다는 주장을 자주 봅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무리한 주장이 아닙니다. 실제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 포함된 음식들이 있고, 그런 음식을 너무 즐겨먹으면 당연히 암의 발생 가능성도 올라가지요. 실제로 식생활이 서구화된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위암 발생율이 확 떨어지고, 대신 대장암 발생율이 올라가는 것만 봐도 확실히 음식이 암과 관련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IARC classification
https://monographs.iarc.who.int/agents-classified-by-the-iarc
그런데, 여기서 한걸음 선을 넘는 주장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하는데, “식단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주장입니다. 그렇게 식단을 잘 조절해서 암을 예방하자는 주장들을 보면 구석기 시대 인간을 예로 들죠. 현대인이 즐겨 섭취하는 “나쁜” 음식들을 버리고 구석기시대 인간들이 먹던 “좋은” 음식들을 먹자는 주장이 많습니다.
실제 구석기시대 인간의 뼈나 각종 검사들을 보면 신석기시대의 인류보다 훨씬 발육상태가 좋고, 치아우식증도 없으며 전반적인 위생상태도 굉장히 양호합니다. 더우기 각종 성인병이나 암같은 질병으로 고생한 흔적이 전혀 없죠. 그럼, 우리도 구석기시대 인간들처럼 먹어야 건강할까요?
구석기시대 인간들이 매우 건장하고 위생상태도 좋으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질병들에서 자유로운 이유는 구석기 시대 인류가 채집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 수렵과 채집생활만으로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매우 넓은 영역을 하나의 가족 내지 씨족집단이 독차지하고, 다른 도전자들을 쫓아내야 했습니다. 죽음을 불사하는 투쟁이 일상이었고, 그들이 주로 섭취한 음식들은 매우 질기겨서 턱과 치아가 튼튼해야만 제대로 소화를 시킬 수 있었죠.
당연히 수많은 침입자와 약탈자들을 죽이고 공격하기 위해 키가 크고 근골이 좋아야 핬고, 그러지 않은 인간들은 다 도태되어 사라졌겠죠. 매우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면 굶어 죽게 되니 평균수명도 매우 짧았을 테구요. 평균수명이 30-40대인 상황에서 무슨 성인병이나 암을 걱정했을까요? 당연히 성인병이나 암에 걸려 죽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겠죠. 우리를 괴롭히는 성인병이나 암은 신석기의 농업혁명으로 인해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농작물을 저장해서 대단위 집단생활이 가능해지고 나서부터 생겨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구석기시대 때 처럼 “건강한”음식을 먹는다고 암이 예방되고, 성인병이 줄어들까요? 아니죠. 아무리 식단을 잘 관리해도 구석기시대 때보다 더 오래 살게 되면 그 자체로 암이나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늘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각각의 질환들에 더 취약하거나 더 강한 유전자들이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우리가 우리 몸의 유전자를 어찌할 수는 없잖아요?
실제로 많은 오해들이 좋은 식단이라 알려져있는 것들 중 대다수가 “항산화작용”을 하는 물질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암을 예방해준다는 논리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그런 항산화물질들을 따로 농축해서 영양제로 팔기도 하구요. 그럼, 그 항산화제를 먹으면 암이 예방이 될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아예 항산화물질을 우리 몸에서 만들지 못하는 특수한 유전질환이 있거나, 단기간에 활성산소에 노출되는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 의학적인 목적으로 항산화제를 투여하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도 음식에 들어있는 소량의 항산화물질들 정도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활성산소”라는 게 우리 몸에서 사라져야 하는 무슨 암을 일으키는 만악의 근원처럼 알려져있는데, 활성산소도 정상적인 우리 면역시스템 내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요소입니다. 활성산소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 때문에 암이 생기게 됩니다.
결국, “좋은 음식”이라는 건 암을 예방해주거나 우리가 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해결책”이 아니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요인들,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많은 주의사항 들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해야 합니다. 채식이든 육식이든 너무 의식적으로 뭘 가려서 먹거나 안먹거나 그러지 마세요. 특히 암이 걸릴까봐 무서워서 그러시는 거라면, 그건 우리 사회를 좀먹는 사기꾼들이나 고의는 아니지만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사람들에 의해 속아서 인생을 손해보며 사시는 겁니다. 설령, 위의 자료에 나와있는 발암물질이 가득 들어있는 “불량식품”도 가끔, 그리고 조금만 먹으면 괜찮습니다.
그냥 위의 링크에 명시되있는 발암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을 조심하는 정도만 하시고, 그보다는 먹는 양 자체를 줄이세요. 현대사회에서 음식은 불가피하게 달고 짭잘해서 필요한 정도보다 더 많이 먹게 되는 경우가 흔하니까요. 그리고, 영양제 사먹는거 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작 영양제가 필요한 분들은 잘 먹지 않고 필요 없는 분들이 자의로나 주변 가족의 강요에 의해 쓸데없이 복용하다 오히려 안좋은 일을 겪는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가 암에 걸리지 않고 싶을 때 해야 하는 일은 식단관리가 아니라 건강검진 주기적으로 안빼먹고 받는것, 그리고 의사와 상의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제 때 하는 것입니다. 저만 해도 이번에 위내시경 받으면서 헬리코박터 균이 검출되어서 제균치료 권장받고 독한 약 일주일간 먹어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건 식단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겠죠? 암에 안걸리고 싶다면 의사들과 더 자주 상의하세요. 그게 식단을 뭐로 하고 어쩌고 하는거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솔루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