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 남자 환자분으로 별다른 증상 없이 흡연력으로 검진CT를 하셨습니다. 2022년에도 폐결절이 발견되어서 폐암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독하였으나, 이후 대학병원에서 해당 폐결절은 폐결핵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으며, 2년 후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위해 다시 한 번 검진CT를 촬영하셨습니다.

왼쪽 영상은 2024년, 오른쪽 영상은 2년 전인 2022년에 촬영한 영상입니다. 우폐 첨부에 있던 폐결절의 크기가 증가했으며, 이전에 보이던 흉막과의 거리가 더 짧아져 있습니다. 결절 주변의 섬유조직 형성반응(desmoplastic reaction)을 의심할 수 있는 양상입니다.
좀 더 아래쪽에 위치한 폐결절의 영상입니다. 왼쪽 2024년의 폐결절이 2022년 영상에 비해 폐 크기가 커졌고 음영도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앞서 보였던 폐결절보다 좀 더 아래쪽 횡단면 영상입니다. 오른쪽의 2022년 영상에서 보인 폐결절이 2024년에는 크기가 뚜렷하게 커져있고, 불규칙한 모양으로 있을 뿐 아니라, 커져있는 폐결절의 바로 옆에 크기가 작지만 새로 생긴 폐결절이 있습니다. 새로 생긴 결절도 불규칙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 환자분은 바로 얼마 전인 5월 말 경에 대학병원을 방문해서 거기서도 CT촬영을 하였으나, 폐암 보다는 폐결핵에 가까워보이니 1년 후에 다시 CT촬영을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위와 같이 크기와 갯수가 늘어나는 폐결절이 폐결핵일 가능성도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만약 폐결핵이 맞다고 한다면 2년 전 보다 병변의 크기와 갯수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활동성 폐결핵이어야 말이 되겠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정로 느린 속도로 진행하는 활동성 폐결핵이라는 건 경험해본 적이 없네요.
아무리 봐도 진행 중인 폐암 내지는, 폐결핵 병변 안에서 숨어있는 폐암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애매하고 어느 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 당연히 심각한 질병의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는게 순서죠. 혹여 가래에서 결핵균이 검출된다 하더라도 여기에 영향받지 않고 PET-CT 또는 새로 생긴 병변의 조직검사를 진행하는게 올바른 진단적 접근이 아닐가 생각됩니다.
중요한 건, 대학병원에서 폐결핵 같다는 말을 제가 들었음에도 대학병원이라는 권위에 눌리지 않고 자신있게 추가검사를 권해야 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다름아닌 2년 전의 영상과 비교해서 변화한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촬영했던 영상이 남아있지 않았거나, 타병원에서 촬영하느라 제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설령 Category 4 결절이라 하더라도, 가래에서 결핵균이 나올 경우 폐암의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없었을겁니다.
그만큼, 일정기간 꾸준히 반복해서 영상촬영을 하고 이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을 믿지 못해서 의료쇼핑을 하듯 건강검진 또한 마찬가지로 여러 검진센터나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서비스나 친절, 편의시설같은 것들을 비교하고는 하는데,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이전 영상과 꼼꼼하게 비교하고 차이점이 어느 부분에서 나는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면 진단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폐암 검진CT와 같은 저선량 CT를 아예 촬영할 수 없는 의료기관이라면 몰라도, 기본적으로 폐암검진CT가 가능한 장비가 있기만 하다면, 해당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빼지 말고 계속 촬영하면서 시점별로 비교하기가 용이하게 해놓는게 혹시라도 놓칠 수 있는 작은 병변이나 애매한 징조들을 놓치지 않고 조기발견에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