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효과적인 투자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해 대척점에 서있는 두 관점이 있습니다. 한 쪽은 복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좋은 주식을 무조건 최대한 장기보유하는게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주장,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시장참여자의 광기는 언제나 한 순간 극대화되며 비이성적인 과열을 불러오므로, 그러한 순간엔 투자를 하지 않고 쉬는게 더 효과적인 주장입니다.
두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은 타이밍을 맞추는 게 전적으로 불가능한가, 시장의 광기가 극대화 된 시점이라는 조건 하에서는 폭락의 타이밍을 대충이라도 예측하는 게 가능한가의 영역일겁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두 진영에서 이론적인 바탕을 제공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두 석학은 각각 제레미 시걸과 로버트 쉴러 교수인데, 개인적으로 둘이 매우 친하고 자주 교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중은 제레미 시겔 교수보다는 로버트 쉴러 교수에 훨씬 더 관심과 경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거품붕괴의 충격이 컸던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두 석학의 주장에는 생각보다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버트 쉴러 교수 뿐 아니라, 제레미 시겔 교수 또한 “밸류에이션의 위력”에 대해 깊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제레미 시겔 교수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통찰은 그의 저서 “투자의 미래” 초반부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 성장지표 | IBM | 액슨 모빌 | 상대적 우위 |
| 주당 수입 | 12.19% | 8.04% | IBM |
| 주당 배당 | 9.19% | 7.11% | IBM |
| 주당 순이익(EPS) | 10.94% | 7.47% | IBM |
| 부문성장(기술과 에너지분야의 점유율 변화) | 14.65% | -14.22% | IBM |
IBM은 마이크로소프트가 IT의 제왕으로 등극하기 전까지 업계 정점에 군림하던 기업이었으며, 수십년 간 매우 핫한 기술주였습니다. 반면, 액슨모빌은 그 전인이 스탠더드 오일이 독점 이슈로 인해 정부에 간섭을 받고 있었으며 석유산업은 당시에도 결코 핫한 주식 취급을 받지는 않았죠. 실제로 기업의 성장 측면으로 봐도 위의 표와 같이 같은 기간 동안 IBM이 압도적인 성장율을 구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밸류에이션 측정지표 | IBM | 액슨 모빌 | 상대적 우위 |
|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 26.76 | 12.97 | 액슨 모빌 |
| 평균 배당수익률 | 2.18% | 5.19% | 액슨 모빌 |
문제는 이렇게 성장율이 높은 주식은 사람들이 열광하기 때문에 적정수준보다 훨씬 높게 매겨진 가격으로 사야 한다는 겁니다. IBM의 평균 PER은 액슨 모빌의 PER보다 두 배 이상으로 고평가되어있으며 연평균 배당수익율은 절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 수익률 측정지표 | IBM | 액슨 모빌 | 상대적 우위 |
| 주가 상승율 | 11.41% | 8.77% | IBM |
| 배당이익 | 2.18% | 5.19% | 액슨 모빌 |
| 총이익 | 13.83% | 14.42% | 액슨 모빌 |
여기서 IBM의 주식을 “높은 밸류에이션”을 주고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위의 표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기업의 성장, 즉 연평균 EPS성장이 IBM이 10.94%로 액슨모빌의 연평균 7.47%를 크게 3.47%나 앞질렀음에도, 실제 연평균 주가 상승율의 격차는 연평균 2.64%로 그 차이가 확 줄어듭니다. 실제 기업의 성장보다 주가의 성장이 더뎠다는 점이지요. 여기에 더해 높은 밸류에이션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낮은 배당이익율이 더해집니다. IBM의 배당이익율은 2.18%로 액슨 모빌의 5.19%의 절반도 되지 않았던 점이 53년이라는 시간을 걸쳐 축적된 복리효과에서는 엄청난 차이로 나타나게 됩니다.
결국 주가상승에 배당이익까지 합쳐서 평균을 내게 되면 액슨모빌의 실제 투자로 벌어들인 돈, 즉 연평균 이익율이 IBM의 그것을 앞서가게 되더라는 거죠.
즉 기업 그 자체의 우열을 따진다면 무조건 EPS성장이 높아야 하기에 실제 빠르게 성장해 결국엔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점유율까지 커지는 섹터의 기술 성장주가 더 좋은 기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런 좋은 주식이라 할지라도 적정한 밸류에이션에서 매입할 수 없다면, 전통적인 굴뚝주, 인기 없이 배당이나 바라보는 전통 주식이 오히려 진짜 돈버는 좋은 주식으로 등극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기사, 우리가 주식투자를 한 종목만 50년을 할 것도 아니고, 산업지형이 바뀌는 흐름을 간파하고 성장이 왕성한 기업에 적정한 기간 투자한다면, 경탄스러운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을겁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눈에 뻔히 보이는 성장과 대세라는 게 존재하니까 FANG이라든지 MAGA라든지 갖가지 용어로 상징되는 주도주들에 올라타는 게 꼭 나쁜 건 아니겠죠. 이렇게 말하는 저 조차도 3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식종목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인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말할 자신이 없기도 하구요.
하지만, 제레미 시겔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우량주에 장기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우리는 타이밍을 예측할 수 없으며, 다만 밸류에이션만이 유용하고 확실한 정보다”는 사실입니다. 특히나 장기간 쉬지 않고 상승하면서도 꺼지지 않는 열광과 인기에 “이제는 거품이 아닌가”하는 논란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미국의 빅테크 주도주들의 거침없는 상승을 바라본다면 더더욱 밸류에이션이라는 지표를 고민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