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도입부에 잭 보글이 묘사하고 있는 상황이 하나 있습니다. S&P500 지수가 연간 15% 상승했는데, 시총상위 5개 기업의 연간 상승율은 40%였던 1997 미국 주식시장의 상황인데, 잭 보글은 이를 1929년과 다양한 관점에서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공황 직전의 상황과 당시 1997년의 상황의 공통점이란 이렇습니다. 신경제라는 유행어, 오늘날 같은 밝은 전망이 없다는 낙관론, 주식의 신고점 갱신 등등이 잭 보글이 연설하던 1997년 당시와 대공황 직전 때와 몹시도 같아보이더라는 거죠.
역사적으로 본다면, 1997년의 주식시장은 거품의 한 가운데 내지 거품 붕괴의 직전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곧이어 IT버블이라는 광기의 끝판왕이 시작하니까요. 하지만, 당시의 매크로 상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는동안 신흥국들의 경제가 망가지고,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퍼지며 곳곳에서 양털깍기가 벌어졌던 상황에 이어 미국 또한 고금리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경제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S&P500지수가 고점 대비 10% 이상 폭락하게 되었죠.
고금리에 실물경제는 신음하는 와중에도 주식시장을 비롯한 각종 자산시장은 인간의 탐욕과 광기를 끌어들이며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는 현상, 그런 과정에서 이성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전략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들은 항상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커다란 국면전화의 불씨로 작용했던 게 역사를 관통하는 반복되는 레파토리였습니다.
역사의 어느 순간에서도 시장참여자들의 광기를 동반한 거품은 언제나 압도적인 수급에 힘입은 주도주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장기간 상승을 불러왔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될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광기와 주식상승이 대공황처럼 처참하게 부서지게 될 것인지, 아니면 1997년과 같이 기준금리 인하와 본격적인 주식부양으로 인해 더 커다란 거품으로 변하게 될 지 그 운명까지 알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