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로로피아나라는 브랜드를 닷새 전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럭셔리 브랜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예전부터 알고 계셨을지 모르겠는데, 명품같은 데 관심이 없던 제가 로로피아나라는 브랜드를 처음 들어보고 관심이 가게 된 건 코오롱몰에서 양복 이월상품을 주문했을 때였습니다.

와인색 정장이 예뻐보이는데다 이월상품이라 할인이 쎄게 들어가서 훅 지르고 난 다음에 보니 원단이 “로로피아나” 울실크라고 되있더군요. 여기서 로로피아나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이게 뭘까,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니 로로피아나라는 브랜드가 따로 있는데, 이게 상당한 명품브랜드 더군요.
LVMH 산하 브랜드인데다 우리나라에도 점포가 입점해있으며 한국지사도 존재합니다.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제품군은 단연 울 소재로 “비쿠냐 울” 소재로 만든 플래그십 제품들은 말 그대로 꿈같은 옷들이라 바라보기 어렵지만, 큰 맘 먹으면 질러볼 수 있는 캐시미어 와 울 제품들은 원단 자체가 워낙 고급이라 원단을 생각하면 별로 비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진짜” 명품 브랜드였습니다.

로로피아나라는 브랜드 자체는 범접하기 힘든 명품브랜드에 제가 사는 지역에는 매장조차 없으니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지만, 로로피아나에서는 앞서 재킷이나 스웨터처럼 다른 회사에다 원단을 공급하기도 하더라구요. 마침 로로피아나 원단으로 짠 스웨터를 할인을 쎄게 하길래 주문해서 착용해봤습니다.
촉감이 울 느낌이 나는게 아니라 무슨 실크나 폴리에스테르 촉감이 나더군요. 보풀이 일거나 거친 느낌이 나는게 아니라 매끈하다 못해 미끌미끌한 촉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고급진 느낌의 울 소재가 있었다는 것에 과장 하나 안보태고 정말 충격받았어요.


옷에 이런 택이 달려 있더군요. FIBRE NOBILI VERRONE, 찾아보니 로로피아나 소속 원단회사였습니다. 이 Fibrenobili에서 설명하고 있는 울 원단은 무려 15.5마이크론 이하 굵기의 슈퍼 메리노 울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보통의 의류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양모의 굵기는 30-40마이크론, 메리노울의 굵기는 17-20마이크론 정도입니다. 그리고, 메리노 울 중에서도 굵기에 따라 여러가지 이름이 존재합니다.

사실, 이런 원사의 굵기에 따른 명칭이 업계표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메리오 울의 평균 굵기에 따라 등급이 존재한다는 건 사실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평균 굵기 표시 보다는 원사 1그램이 어느정도 길이가 나오는가를 가지고 표시를 하더군요. 위에 “super 160’s merino wool”이라고 표기되있는 부분을 우리나라에서는 “양모 160수”라고 표기합니다. 예를 들어 양모의 굵기가 15.5㎛이면 160수,15.0㎛는 170수이고,반대로 16.5㎛는 140수가 됩니다.
기본적인 굵기도 160수면 이보다 더 가는 양모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정도 굵기면 2등급에서 3등급 캐시미어에 해당하는 굵기입니다. 최상급 캐시미어 울이 12-14마이크론이며, 로로피아나의 플래그쉽 원단인 비쿠냐 울의 굵기가 10-12미크론이므로 기본적인 물성만 본다면 어지간한 캐시미어의 물성을 간단히 뛰어넘습니다.
물론, 양모의 등급이 섬유의 굵기만으로 결정되는건 아니죠. 각 원단 제조사의 노하우와 실제 몸에 얼마나 잘 맞고 느낌이 좋은 원단이냐에 따라서도 등급이 정해집니다. 이런 측면을 생각해도 로로피아나 양모 원단은 정말 좋은 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거 다 떠나서, 입어보니 정말 신세계에요. 일단 한번 맨살위에 입어보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금방 이해하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