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에서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고 해서 채권과 주식이 오르고,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환호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해석에 정반대의 의견을 내고 있지만, 나름 경청할 가치가 있는 대목이 있어 유투트 영상을 아래에다 소개해봅니다.
영상의 분량은 길지만, 핵심 내용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위의 그림 하나만 이해하면 다른 디테일은 굳이 다 알고 있을 필요가 없죠.
- 원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훨씬 변동폭이 클 뿐 아니라,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빨리 선행해서 추세가 결정되는 특징이 있다(위의 그래프를 보면 반드시 선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컸던 건 맞습니다.
- 2023년6월경 생산자물가지수는 바닥을 찍은 후 현재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붉은 상자로 표시된 구간). 이번에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의 상승율 하락이 이런 추세가 꺽였다고 판단하기에는 너무 미미한 하락이었다. 아직도 전반적인 추세는 상승구간이다.
- 생산자물가지수의 추세가 소비자물가지수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을때 이는 인플레이션을 시사하는 데이터로 해석하는 게 맞으며, 그렇다면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을 우려해야 하는 근거로 해석하는게 더 타당하지 않겠는가.
영상이 정말로 이번에 발표된 PPI 데이터를 가지고 연준이 금리인상을 할거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시장이 지난 동안의 추세를 무시한 채 단순히 상승률이 떨어졌다는 걸 가지고 금리인하를 예측하는 설레발을 치는 것에 속지 말라는 경고의 차원에서 자극적인 표현을 한거라 보는게 타당하지요.
아니나 다를까 1년이 넘는 장기추세로 봤을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생산자물가상승률의 추세가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현상이긴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이후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이런 괴리가 극대화되었다 이제는 좀 그 괴리가 해소되면서 소비자물가상승과 생산자물가상승이 예전처럼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전단계라 보는게 훨씬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이후 풀려버린 유동성으로 인해 CPI 상승률이 9%를 찍으면서 연준은 뒤늦게 5.5%라는 기준금리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정도 수준의 기준금리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약적인 금리가 맞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점화될거라는 예측은 아무래도 무리수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만, 이제 겨우 0.2% 남짓 꺽이기 시작한 물가상승율 데이터들을 가지고 기준금리인하 신호라며 호들갑 떠는 건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설레발이 맞겠죠.
연준이 만약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물가지수가 크게 떨어져서가 아닌 다른 이유들, 또는 미리 세워놨던 유동성 플랜에 의거해 인하할거라 봅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 데이터에 큰 의미를 두면 안된다는 사실 자체에는 저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