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즐기는 묘미 중 하나는 있는 그대로를 보고 현실을 직면하며 싫든 좋은 현실에 적응하는 것

이게 세상의 법칙이고, 이게 싫으면 세상을 잘못 찾아온 것이다.”

저는 찰리 멍거의 이러한 지론을 들으면 먹먹함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세상이 계속 내가 생각하고 익숙한 형태로 언제까지나 유지되었으면 하는 불가능한 소망을 완전히 내던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영상에서는 아시아인들의 강력한 부흥이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며, 싫든 좋든 적응해야 하는 대세라고 단정합니다만, 우리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인구노령화의 세태를 목격하고 있는 저로서는 중국과 베트남의 부흥과 확장을 우리나라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을 목도해야 하는가 하는 불안과 절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우리나라라고 무조건 쇠퇴하고 축소할 운명은 아닐겁니다. 그 안에서도 열정을 불태우며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려 도전을 거듭하는 사람은 치고 나갈 것이며, 저같이 정적이고 주어진 자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정체된 인생은 시류에서 밀려나기 십상이겠죠. 제가 느끼고 있는 불안감이 다름아닌 나 자신의 상황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겁니다.

어찌 되었든, 세상은 원인 없는 결과는 없고 모든 행동과 결정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며, 그러한 대가에 부질없이 거부하고 애써 부정하려는 건 멍거가 말했듯 세상을 잘못 찾아온 것이라는 걸 전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내려놓은 다음에야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똑바로 볼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