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에서 미묘한 영어표기 – 금양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919800303

오을 장이 끝나고 금양에서 발표한 공시내용입니다. 저는 몰랐는데, 이 공시내용을 보고 시외에서 사자주문이 폭주해 상한가를 갔다고 합니다.

당연히 좋은 소식이니 상한가를 가겠죠. 그래서 공시 제목을 보면 뭔가 좀 이상합니다.

“미국 Nanotech Energy社와 ESS, UPS 및 기타 어플리케이션용 배터리 공급을 위한 DISTRIBUTION AGREEMENT 체결”

계약 당사자가 나노테크라는 미국 회사이니 나노테크 에너지를 영어로 표기하는거야 당연합니다. 그런데, 계약을 공급계약이라 쓰지 않고 “distribution agreement”라고 굳이 어렵게 영어로 표시했군요. 그간 금양이 해왔던 행태가 있기 때문에 뭔가 의심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져 이 영어가 정확히 뭐라고 번역되는지를 봤는데, 공급계약이 아니군요.

“유통계약”

즉, 아직 금양에서 만든 배터리를 발주한 회사는 아직도 전혀 없는 가운데, 앞으로 혹시라도 금양배터리를 주문하는 곳이 나타나게 된다면, 나노테크 에너지사를 통해 유통하도록 계약을 했다는 겁니다. 그럼, 본문 내용에 나오는 4,600억원 상당의 계약금액은 무슨 소리인가요? 본사 연결매출의 세배 액수에 해당한다고까지 써놨는데 말입니다.

사실 이 액수는 그냥 금양이 예상(이라 쓰고 상상이라 읽는)하는 매출액을 그냥 써놓은 것입니다. 배터리 주문을 한 곳이 전혀 없으니 특별히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예상액을 써놓을 수도 없는 노릇, 그냥 금양이 상상한 게 이 액수라는거죠. 비고란에 이 부분이 해석이 어렵게 되있지만 상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써놓고 있습니다. ( ‘2. 주요내용’의 ‘금액’은 당사와 상대방이 추정한 물량의 20%에 대해 주문이행을 보장한 금액이며 환율의 변동 등에 따라 해당 금액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당사와 상대방이 “추정”한 물량이 2조3천억원이니 그 20%액수를 금액으로 써넣었다는 이야기죠.

비고란에는 추가적으로도 애매하게 혼동하기 쉽도록 계속 내용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나. 상기 공급계약 관련하여 공급물량 및 계약기간 등의 계약조건은 추후 고객과의 협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공급계약”이라는 단어를 써설 이 공시가 마치 공급계약인것처럼 착각하는 걸 의도한 걸로 비쳐지는데 결국 이정도는 선을 너무 넘어버린 표현으로 문제의 소지가 될 것 같았는지 곧바로 기재정정을 해서 문구를 바꿨더군요.

(나. 상기 DISTRIBUTION AGREEMENT 관련하여 추정물량 및 계약기간 등의 계약조건은 추후 고객과의 협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혼동하기 쉽고 용어조차 중요한 단어를 영어로 애매하게 써놓은 걸 보고 시외에서 금양 주식을 산 사람은 무슨 죄인지,,, 이런 행태가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거듭되면서도 사정당국의 손길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공시 내용이 딱 문제가 안 될 만큼 정말 줄을 잘 타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렇게 어찌 보면 절박함이 느껴질만큼 호재성 공시를 어거지로 만들어서 발표하는걸 보면 정말 유상증자 일정이 얼만 안남았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유증이 공시가 되고 나면 주가가 어떻게 될런지,,, 사실 유상증자 발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유상증자가 실패하거나 주관사에서 매입한 실권주를 시장가로 처분하는 날에는 정말 어찌 될 지 모르겠네요.

나름 금양에 숏포지션을 잡고 지켜보고 있지만, 제 포지션과는 별개로 참 대단한 종목이라는 걸 요즘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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