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조만간 경영진 교체가 있을 듯 합니다.

이번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의미하는 건 전반적인 반도체 호황 중 오직 삼전만 저조한 실적을 냈다는 데에서 찾으면 안됩니다. 진짜 문제는 이런 어닝쇼크에 대해 “앞으로는 이걸 극복하기 위해 이러이러한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현재 경영진이 조만간 교체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영진이 교체되지 않고 계속 경영을 계속할 예정이라면 설령 아무 대책이 없더라도 뭐가 되었든 구체적인 대책과 로드맵을 가짜로라도 만들어서 제시를 하는게 정상입니다. 그렇게 주주, 특히 오너일가를 안심시키는 게 당연한 수순이고, 그런 조치가 없다는 건 주주(라 쓰고 오너라 읽는)를 우롱하는 처사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 척”을 하는지 이해할겁니다. 작은 회사도 그럴진데 하물며 삼성전자라는 우리나라 회사의 정점에 있는 조직의 경영진이 그걸 생각하지 못할 리는 없죠. 결국, 구체적인 로드맵을 몰라서 제시하지 않은게 아니라, 경영진 교체가 임박한 상황에서 함부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없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실적부진에 대해 사과만 하고 다른 걸 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단순한 경영진을 뛰어넘어 조직 전반에 무능과 무사안일이 광범위하게 만연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을 하는 것”과 “일하는 척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이지만 얼핏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가 정말로 해야 하는 건 HBM 따라 만들기가 아니라 파운더리 사업을 정상궤도에 안착시키는겁니다. 이걸 해내지 못하면 애초에 삼성전자가 절대적인 강점으로 간직하고 있던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구성이라는 가치가 무너져 다시는 회복할 수 없게 됩니다.

삼성전자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메모리, 핸드폰, 그리고 디스플레이 이렇게 세가지 사업분야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삼성의 성장을 끌어주었습니다. 메모리가 부진하면 핸드폰이, 그리고 디스플레이쪽에서 크게 실적을 내며 탄탄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기에 삼성전자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이익성장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있다는 스토리에 누구도 딴지를 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핸드폰 사업은 애플의 아이폰에, 디스플레이 사업은 중국 BOE에 압도당하고 있으며 남아있는 메모리사업조차 HBM열풍을 따라잡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메모리사업이야 원래부터 경기상황에 따른 변동이 컸기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치고, 디스플레이와 핸드폰 사업이 여의치 못하게 되는 건 예전부터 예견되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포트폴리오의 재구축을 위해 파운더리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포부 자체는 틀린 방향이 아니었겠죠. 하지만,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해 실적은 커녕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는 건 그냥 간과할 문제가 아닙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변수에 충격을 받았다 회사의 내부역량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면 충분히 미래를 믿고 싸진 주가에 냉큼 투자를 하겠지만, 지금 문제는 회사 내부의 혼선과 난맥상으로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거지요.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때가 권오현 대표가 물러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경영진의 무능 또는 잘못된 상황인식에 대해 사람들이 말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이죠. 삼성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 경영진을 교체한다고 해서 삼성전자가 다시 본궤도에 오르지 못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절망적인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퇴임한 권오현 대표를 다시 불러오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로 교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아직 완결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의 교체가 지금 당장 수면 위로 나오지는 않는거겠지요.

어찌 되었든 현재의 저조한 실적은 경기나 반도체 시장 자체의 문제가 아닌 삼성전자 자체의 문제이며, 현 경영진이 그러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건 분명해보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시점이 과연 삼성전자를 싼 값에 매입하기에 적당한 시점이 맞는건지에 대해서는 단순한 경험칙에 의거한 무지성 매수보다는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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