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러닝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옷이 뭘까요? 일상적인 러닝을 하는 경우라며단연코 베스트(조끼)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북부나 강원도의 혹한기가 아니라면 두꺼운 다운점퍼나 재킷을 입고 러닝을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애초에 겨울철 아웃도어 의류는 기본적으로 “레이어” 개념을 숙지하고 옷을 준비해야 합니다. 모든 상황에 다 적합한 옷은 없습니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레이어를 벗고 입는게 원활하려면 옷이 가볍고 휴대가 쉬워야 하죠. 이런 조건에 가장 적합한 게 조끼, 영어로 베스트(vest)라고 합니다.
땀이 배출되지 않고 계속 남아있으면 끕끕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걸 떠나 동상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막 운동을 시작해서 추위에 적응이 안된 상황에서는 보온이 되는 무언가를 입었다 땀이 나기 시작하면 바로 벗을 수 있는 가변성으로 가장 좋은 의류는 뭐니뭐니 해도 조끼입니다. 굳이 러닝이 아니라 등산이나 걷는 용도로도 조끼는 굉장히 유용하고 필수적인 아이템입니다.
그렇게 아웃도어나 스포츠용으로 조끼를 정말 잘 만들어주는 브랜드는 단연 나이키입니다. 특히 러닝 용도로는 나이키의 조끼들이 다양한 상황들에 딱 맞춤으로 잘 설계된 제품들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죠. 저도 러닝용 및 골프 라운딩용으로 몇 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다른 브랜드들은 이렇게 다양한 상황에 딱맞게 구색을 맞춰서 팔지 않기 때문에 조끼만큼은 여전히 나이키 제품들을 선호하고 또 추천합니다.
그러면 나이키에선 어떤 조끼들이 있는지 알아보죠.
러닝 디비전 써마핏 러닝 베스트(모델명 FZ1132 )
런 디비전, 러닝 디비전, 또는 디비전이라 표기된 제품들은 모두 러닝에 특화된 카테고리의 제품들입니다. 이 제품은 러닝 디비전 카테고리로 새로 나온 조끼입니다. 이번엔 충전재를 Thermore® Ecodown® 충전재로 바꾸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기 쉬운게 거위털보다 가볍지도 않고, 보온능력도 비교적 떨어지는 합성충전재를 쓰는 제품들의 가치나 활용도가 더 떨어질거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류는 몰라도, 러닝 목적으로 보온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게나 보온력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투습력, 즉 땀을 빠르게 외부로 배출해주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이 제품의 충전재가 거위털이 아니라는 건 전혀 단점이 될 수 없습니다. 러닝 목적으로 특화되어 일부러 투습력을 고려해서 합성 충전재를 넣어서 설계되있는거죠. 단점이라면 다만 이번에 나온 제품은 충전재의 특징 때문인지 아니면 발수코팅 문제 때문인지 세탁을 금지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러닝을 자주 하면 아무래도 땀냄새 때문에 세탁을 하는게 당연한데 세탁금지면 어떻게 관리를 하라는 건지 애매한 측면이 있네요.
위의 사진은 위의 조끼가 나오기 이전 모델의 러닝 디비전 카테고리 조끼입니다. 러닝 디비전 에어로레이어 러닝 베스트(FD4643-030)의 앞면 확대사진입니다. 보면 조끼 내부의 충전재가 구멍이 송송 뚫려있어 어찌 보면 흉물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데, 다름아닌 이 구멍들 때문에 땀 배출이 원활하게 되면서 러닝 조끼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던 겁니다. 충전재가 저렇게 구멍이 나면 해당 부위의 보온력이 떨어져 온도가 떨어지는 콜드스팟이 나오는 단점이 있지만, 러닝시에는 몸에서 열이 엄청나게 나오기 때문에 콜드스팟 문제가 심각한 건 아닙니다. 대신 확실한 투습력과 발수성능, 그리고 무게와 관리의 용이성 등 장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러닝목적으로는 이만한 게 없죠. 저도 두 개를 사서 가지고 있고, 겨울러닝에는 거의 항상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신제품은 정가로 팔고 있는데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이전 작이 너무 잘 나왔던 것도 있어서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이전에 나온 러닝 디비전 카테고리의 러닝 베스트(FD4643)을 권합니다.
몇년 전 나이키가 거위털(다운) 충전재를 사용한 러닝용 조끼를 발매했었는데, 이게 오히려 골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어마어마한 대박을 내며 품절 행진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로는 아예 골퍼들을 위해 특화된 조끼를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지요. 해당 모델명은 FQ0448 입니다. 위의 러닝 디비전 카테고리의 조끼들과 확실히 모양이 다르죠. 러닝 목적의 조끼보다 보온력과 무게를 중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스 다운 충전재를 활용했으며 비가 왔을 때의 발수능력에도 훨씬 더 신경을 썼을겁니다.

원단의 바깥면이 솜털처럼 처리되어있는 플리스 원단으로 만든 조끼입니다. 모델명은 FZ0895. 이런 플리스 조끼는 원가가 싸고 만드는 것도 어려운게 아니라서 다른 브랜드들에서도 더 싸거나 더 따뜻한 성능으로 많이 나와있습니다. 나이키만의 특장점이나 연구개발이 들어있넌 건 없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나 다른 브랜드 제품을 선택해도 별 지장이 없습니다.
가격이나 무게 대비 따뜻하지만 비가 내리면 금방 젖어버려 보온능력을 상실합니다. 비 올 때는 입을 수 없죠. 또한 바람이 심하게 불 때 방풍능력이 떨어져서 보온능력이 확 떨어지는 점도 아쉽습니다.
모델명은 FB7543. 위에 골프용 조끼보도 밑단이 짧아서 배꼽 바로 아래쪽은 조끼가 커버되지 않으며, 충전재가 구스 다운이 아닌 다른 다운 및 깃털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위의 골프 조끼보다 떨어지는 열화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활용도는 이게 더 좋습니다. 몸에 딱 붙고 두께도 조금 더 얇아 핏이 삽니다. 거기에 더 작고 가벼워 휴대성도 좋고 관리도 편하죠. 저는 안가지고 있는데 안사람이 입으면서 너무 좋다고 칭찬이 대단합니다. 사용기를 보면 솜털이 잘 빠진다고 하는데 제품마다 편차가 있는가봅니다. 안사람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모델명 FB8184이며 나이키에서 나온 조끼들 중 유일한 스톰 핏 카테고리 제품입니다. 스톰 핏은 보슬비나 쌀쌀하고 바람 많은 그런 날씨가 아닌 소나기나 폭우에 칼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서도 활용이 가능하게 설계된 제품에 붙여지는 키워드입니다. 해당 제품은 확실한 방수와 방풍능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훨씨 두껍고 많은 덕다운 충전재를 넣은 조끼입니다. 위에 있는 조끼들은 모두 등판 쪽 원단이 훨씬 얇게 만들어져서 주로 가슴 앞쪽의 보온과 방풍, 그리고 발수능력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등판도 두툼하게 덕다운 충전재를 넣었죠. 확실히 보온능력은 다른 조끼들이 비빌 수 없습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훨씬 우월한 보온능력과 발수를 넘어선 방수에 방풍성이 있고, 소재도 덕다운 충전재를 아낌없이 썼는데 가격은 위의 가격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죠(플리스 베스트 제외). 결국 위의 제품들 사이에는 급, 내지 그레이드의 차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른 겁니다. 그만큼 자기가 주로 사용하는 영역이 어느쪽인가를 생각해서 골라야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제 경우는 러닝을 주로 하기 때문에 러닝 디비전 카테고리가 아닌 다른 조끼가 아무리 좋게 나와도 살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굳이 신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기존에 가지고 있는 걸 처분하거나 옷장에 처박아놓고 신제품을 살 이유도 없죠. 다른 의류나 신발은 몰라도 나이키의 조끼들은 취향이 아닌 기능과 용도를 보고 고르는게 맞거든요. 패션이 아니라 머신이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역설적으로 본다면 명확한 용도나 필요한 사양이 딱히 없다면 나이키에서 나온 조끼는 관심 가지지 말고 그냥 다른 브랜드에 디자인 좋고 가격 싼 걸 사거나 아예 조끼를 구입하지 않는게 백 번 나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