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강달러는 전혀 새로운 국면

지난 코로나 판데믹 이후 미국은 막대한 달러를 시중에 뿌린데다 공급망 이슈가 생기면서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자연스레 미국채 장기물 시장금리까지 크게 올랐죠. 그러면 달러 강세가 함께 발생하면서 “미국채 금리상승 = 달러강세”라는 공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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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채 금리가 상승한다고 달러가 강해지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달러는 약세가 오는게 맞죠. 미국채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향후 미국의 물가가 상승해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것을 선반영하는 움직임입니다. 미국의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당연히 달러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할텐데 약달러가 오는게 맞겠죠.

위의 링크에 나와있듯이 통화정책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미국이 통화긴축 국면에 들어가면 달러가 약세에 들어가는게 오히려 이치에 맞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이 통화긴축을 진행하는 국면은 그 전까지 경기가 매우 좋아 소비가 늘었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해 수입물가가 상승하는 등의 원인으로 항상 경상수지 악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악화를 근거로 달러가 약세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역사적인 미국채 금리 상승시기와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1. 경상수지 적자가 다시 2022년의 고점을 돌파하기 직전의 상황으로 매우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 통화긴축을 단행하기 이전에 9%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 누적되어 있는 상황이며 아직도 물가상승율이 완화되었을 뿐 이전 시대의 물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3. 미국인들의 소비또한 2021년 이후로 한번도 꺽이지 않고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금까지의 경제학 상식이나 역사적인 패턴을 본다면, 연준이 긴축을 시작하고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2022년 이후 달러 인덱스는 크게 하락했어야 했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미국채 금리 상승이 과거와는 전혀 새로운 국면이라는 걸 시사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이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과거와 지금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요?

과거와 달라진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지난 코로나 판데믹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푼 돈이 미국 바깥쪽으로 흐르지 않고 미국 안에만 고여서 쌓여가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나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정책을 통해 돈을 푼다면, 풀린 달러는 미국에서 전세계로 확산되며 전세계의 경기를 진작시켜왔던게 과거의 양상이라면 지금은 미 재무부가 돈을 풀면서 풀린 달러가 미국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댐을 쌓아두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이라는겁니다.

재무부가 막대한 달러를 풀어서 각종 지원금을 통해 패권과 관련된 AI나 전기차, 2차전지 산업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서 달러를 들고 있는 자산가들이 국채나 국채에 준하는MMF등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면서 달러가 미국 바깥으로 풀리지 못하게 담을 쌓고 있는것입니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민간소비 증가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도 좀처럼 달러약세가 나타나지 않았던 거지요. 이렇게 미국채 금리가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달러강세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의 외환상황은 악화되기 쉬워집니다. 벌써 그 영향이 일본과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지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렇다면 이제 와서 미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이러한 강달러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니죠. 애초에 강달러가 일어난 원인이 미국채 금리변동 때문이 아니었으니 금리와 달러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겁니다. 달러가 약세가 되기 위해서는 연준이 찍어내는 달러가 미국 바깥쪽으로 흘러갈 때에 비로서 발생하는 현상이 될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준이 지금과 같은 거북이 걸음으로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달러 약세가 나오지는 않겠죠.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지금보다 경상수지 적자가 말도 못하게 심각해지는 상황이 나와서 돈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걸 기피할 정도의 충격적인 상황이 나와야 달러약세가 발생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당분간은 미국에 블랙스완급 경제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달러강세를 말릴만한 게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러한 전후상황을 인지했기 때문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달러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비교적 단정적으로 이야기했을겁니다. 물론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나는 약달러를 원한다”같은 노골적인 발언을 날리고, 또 그걸 위해 정치영역에서 무리수를 쓴다면 약달러가 나오겠지만, 이런 인위적인 약달러로 인한 유동성 공급은 다시 미국이 관세라든지 일방적인 리쇼어링 정책 등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려 들것이기에 미국 이외 국가들의 경제상황은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쨋던 중요한 건 지금의 강달러 국면이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나왔던 강달러 상황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상황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어야만 이 다음에 미국과 전세계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는 부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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