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인 및 고용 추세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홈페이지에 각종 경제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https://fred.stlouisfed.org/ )가 있습니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발표하는 구인데이터가 허수가 많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 여기서 구인율과 고용율 데이터를 하나의 차트에서 비교해봤더니, 굉장히 인상적인 장기 추세가 나옵니다.

그래프에서 파란 선은 구인건수이고, 붉은 선이 고용건수입니다. y축의 숫자는 2,001년 기준을 100으로 했을 때의 상대지수이구요. 여러가지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1. 지금 보면 매우 놀라운 사실이겠지만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고용건수가 구인건수보다 항상 많았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는 지수화 되어있어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절대적인 건수로 계산해도 2001년부터 2014년까 고용건수가 항상 구인건수보다 높았습니다. 이는 2010년 이후 기업의 구인방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2. 이렇게 구인건수가 2,009년 바닥을 찍은 이후 고용건수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해왔으나, 그러한 증가세는 2019년 이후로 꺽여서 완만하지만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반면, 이러한 고용건수의 높은 변동성과 반대로 고용건수는 2,009년부터 2020년 판데믹 직전까지 꾸준히 일정한 추세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이것만 본다면 구인건수와 고용건수는 별다른 상관관계를 시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코로나 판데믹 이후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은퇴연령이 빨라지는 등 고용상황이 급변하면서 구인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 시작하면서 매우 빠르게 내려오고 있습니다. 다만, 하락추세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비상식적으로 크게 늘었다 하락하는 중이기 때문에 절대값으로 따지면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4. 반면, 고용건수는 하락세도 뚜렷하지만 절대값 자체도 코로나 판데믹 이전의 평균수준을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내려왔는데도 아직 고용의 하락추세가 평탄화되거나 반전되지 않고 계속 내려가는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위의 특징들을 볼 때 개인적으로 내려볼 수 있는 결론은 고용관련 통계들 중 구인건수는 그 안에 허수가 숨어있을 수 있으니 해석에 조심해야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고용상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쓸모없는 통계가 되어버린 지 오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구인건수가 여전히 많으니 경기가 견조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구인건수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으니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거도 무리수에 가깝다면 애초에 구인건수를 굳이 집계를 하고 그걸 통해서 경제상황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한게 아닐까요?

그리고, 구인건수의 절대값을 보나, 감소추세가 여전히 꺽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보나 이미 경기침체까지는 아니어도 경기둔화까지는 도래해있는 게 현재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의 고용건수는 과거 유럽 재정위기 당시의 고용건수에 필적할 정도로 축소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이민자가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은것처럼 보일 뿐이지, 결코 경기가 좋은 상황이라는 말을 꺼낼 상황은 아니라는거지요. 역설적이지만, 연준도 이러한 고용데이터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고 있는 거겠죠.

수많은 다양한 경제지표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경제예측을 하는 전문가들을 따라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이렇게 몇몇 중요한 데이터의 장기시계열을 추적하다 보면 현상황을 나름대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합니다. 어찌되었든 위와 같은 고용건수 추세만 보더라도 최소한 “노랜딩”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말들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겠다는 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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