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와 마음

학생 때부터 소문난 악필이었습니다. 특히 중학교 때 깜지가 숙제로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심해졌지요. 그런 악필이 나이를 먹어서도 굳어져서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몇번인가 글씨를 고쳐보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죠.

문득 유투브 영상을 보다 대부분의 악필이 “ㄴ”, “ㄷ”, “ㄹ”, “ㅁ” 글씨를 쓸 때 획이 아래로 내려가다 옆으로 꺽이는 부분을 뭉뚱그려서 한 번에 쓰려는 조급함 때문에 생긴다는 지적을 듣고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저도 딱 그 부분에서부터 글씨가 엉클어지기 시작하면서 글자가 정렬되지 않다가 줄도 맞지 않고 전체적으로 글 전체가 흐지부지 엉클어지더라구요.

문제의 근본 원인이 뭔지를 깨닫다보니 연습할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내 습관이 평소에 내가 습관처럼 가지고 있던 조급함, 그리고 마음이 급할 때 세세한 것들을 점검하지 못하고 대충 하려는 마음을 어느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어떻게든 깜지를 빨리 완성하고 끝내려던 조급함이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습관으로, 습관에 이어 성격으로까지 굳어진 지금 돌이켜보면 이렇게 서두르려고 순서와 과정을 챙기지 못해 결국은 끝을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었던 것들이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구요.

이미 굳어진 습관과 성격을 고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일겁니다. 결국은 지금부터 조금씩 습관을 다시 쌓아나가야 하겠지요. 그러한 뒤늦은 후회와 돌이킴에서 막막함을 느끼기보단,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에서 보람과 희열을 느끼며 각오를 다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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