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의 대다수 언론들이 해리스와 트럼프의 접전을 보도했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접전양상이라는 소식만을 전했던 게 뚜껑을 열어보니 모두 거짓말이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변명할 여지조차 없이 큰 격차로 트럼프가 승리했고,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우위를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던 걸 언론의 장난질 때문에 우리만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 언론의 이런 행태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위의 영상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듯이 선거기간 내내 1) 교묘한 말장난, 2) 있지도 않은 신조어 만들어서 유통시키기, 3) 편파적인 인용보도, 4) 자기 입맛에 맞는 팩트만 대서특필 등등등 고의적인 왜곡을 대놓고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영상에도 나오지만, 이러한 언론의 장난질과 현혹의 댓가를 우리나라는 고스라니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정치적으로 진보나 보수지향의 언론들이 모두 똘똘 뭉쳐서 해리스기 될지도 모른다고 왜곡을 했다는 점입니다. 왜 정치적인 지향점이나 성향을 불문하고 한결같이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건지, 이건 단순한 궁금증에서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우리나라 보수나 진보진영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진보진영에서야 당연히 민주당이 아닌 트럼프의 당선이 끔찍한 악몽이었을테고, 보수진영에서 봐도 우리 수출기업들, 재벌들의 이익에 반하는 보호무역주의와 관세만능주의를 지향하며 그동안 구축되었던 기존의 세계질서를 무시하고 미국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관철시키려는 트럼프의 승리가 달가울 리 없었을겁니다.
즉, 트럼프의 대선승리는 진보진영에도, 보수진영에도 환영받기 어려운 일이었다는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들의 희망사항이 트럼프가 떨어지고 해리스가 당선되는 쪽이었다 해도 일단 언론사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사실을 전하는 것이 대놓고 거짓말을 하면서 진실을 왜곡하는 것보다 훨씬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일텐데 그러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해리스가 정말로 당선가능성이 상당한 것처럼 몰아간 이유가 뭘까요? 그런다고 해서 진짜로 해리스가 당선되지도 않을텐게 말이죠.
제가 보기에는 애초에 우리나라 언론들은 진영을 막론하고 정치싸움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진실을 호도하고 거짓말을 하는 걸 서슴치 않다보니 지금에 와서는 이게 아예 습관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합니다. 거짓말을 하는 행위 그 자체에 별다른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거지요. 그런 언론들이 항상 신경을 쓰는 건 자신들의 애독자, 같은 이념의 범주에 들어가있는 유권자들이 기뻐하고 자부심과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소식들, 즉 “우리 편이 이기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구독자들에게 인기있고 잘 팔리는 “돈 되는” 기사들을 뽑아내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나중에 거짓말이 들통나도 당장은 돈이 되니까, 그리고 사실전달이 본연의 의무이자 양심이라는 자각은 애저녁에 팔아먹어버렸으니까 이럴 수 있었던 거지요. 지금까지는 국내 이슈에서 항상 진보와 보수 또는 민주당과 국힘당 성향의 스피커들이 서로 반대방향의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어느쪽이든 들어보면 현실을 파악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도 최소화 할 수 있었지만, 이들이 같은 이해관계로 뭉쳐서 한목소리로 거짓말을 쳐대며 국민을 현혹하게 되자 그 부작용과 피해가 이렇게 걷잡을 수 없게 커져버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나라의 언론이 정말 이렇게까지 진실의 중요성에 대한 기본적인 경각심이 마비되어 있다는 건 언젠가는 또다른 평지풍파를 초래하며 우리나라 전체를 나락에 빠트리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 스스로가 속지 말아야 하기도 하겠지만, 지금 이렇게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고도 문제의식을 못느끼는 우리 언론을 정말 이대로 놔두면 안되는게 아닌가, 정치적인 지향점에 관계없이 이에 대한 해결이 절박해진 시점이 지금이 아닌가, 답답한 마음에 넋두리를 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