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건 인턴 때, 즉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였습니다. 살인적인 노동량과 하루 두시간까지 줄어드는 수면시간을 버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마셨던 커피였지만, 이 커피와 카페인에 쩔어사는 데 막상 절박한 이유가 있었던가 돌아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연치 않게 경황이 없는 주말을 보내며 토요일 하루동안 커피를 안마시게 되었는데, 금단증상인 두통과 무기력증이 쎄게 오더군요. 이걸 겪고 나니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커피도 내 삶에서 빨리 떠나보내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하게 들더군요. 원래도 하루 다섯잔 이상의 커피 섭취가 과도하고 삶의 균형마저도 이 카페인때문에 깨지는 걸 느끼고 있다가, 확실한 금단증상을 겪다보니 고쳐야 할 병리적인 상태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커피 끊은 첫날은 앞서 말한 것처럼 두통과 무기력증이 고통스럽다는 느낌이 확 들정도로 쎄게 오더군요. 끊기 시작하고 12시간 정도부터 증상이 나오더니 안절부절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날, 두통은 잦아들지만 속쓰림(커피를 안마시는데 역설적으로 속쓰림이 찾아옵니다)과 함께 배탈이 나서 토하고 난리 났습니다. 아마 금단증상 때문에 제일 힘들었을 타이밍이었는데 복통 때문에 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세번째 날 부터 변비가 시작됬습니다. 확실히 커피를 안마시니 장운동이 떨어집니다. 저녁에 운동을 꽤 격렬하게 하지 않으면 대변을 날마다 못보게 될 수도 있겠더군요.
커피 끊을 때 제일 조심해야 하는게 변비가 아닐까 합니다. 보통은 커피를 끊고 1-2일 후에는 사라진다고 하는데 나흘째인 지금도 변비기가 있습니다.
금단증상은 아니지만 또다른 부작용은 평소보다 군것질에 대한 유혹이 확 늘어납니다. 커피를 마시던 때보다 허기가 지는 건 아닌데 입이 궁금해지고 군것질을 무의식적으로 찾는 빈도가 늘어났습니다.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군것질 충동이 생기는 만큼 심각한 증상은 아니지만 확실히 대비를 하고 신경써서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어찌저찌 30년 정도 마셔온 커피를 갑자기 끊는 시도를 시작한 지 나흘째인데, 본격적으로 카페인 금단증상을 해소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에 복귀하려면 3-4주정도는 걸린다고 합니다. 즉 크리스마스 정도면 커피를 제대로 끊는데 성공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것입니다.
나이가 먹으면 당연히 노화에 의해 지치고 약해지는게 당연합니다. 예전처럼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고 무언가를 참고 버티는 것도 쉽지 않게 되지요. 생각하지 못했던 각종 지병들을 몸에 달고 살아가게 되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내 몸에 관심을 가지고 건강관리에 철저해야 겠습니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해온 나쁜 습관도 이번엔 고쳐서 더 나은 나 자신이 되도록 도전해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