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짐 – CFNAI index

얼마 전 11월달 CFNAI index가 발표되었습니다. 위의 표는 시카고 연방은행에 게시되있는 지난 6월부터 12월까지의 경기선행지표인 CFNAI index입니다. 6월달 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값을 기록하고 있는것도 이채롭지만, 번번이 잠정집계치보다 다음 달 나오는 확정치가 더 낮게 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CFNAI는 빠르게 나오지 않는 대신 상당히 신뢰도가 높은 경기선행지수입니다. 이러한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내내 마이너스가 나왔다는 건 앞으로의 경기가 확실히 뜨거운 상태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동안 S&P500 지수는 5,500에서 6,000으로 무려 9%가 상승했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위 그래프는 지난 3년 동안 CFNAI index를 표시해놓은 데이터입니다. 2023년 초부터 지금까지 경기선행지표는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추세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동안 주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S&P500 지수는 4,000에서 6,000포인트까지 자그마한 부침조차 없이 상승추세만을 그리며 무려 50%나 상승했습니다. 심지어 업황이 좋을리 없는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 지수조차 1,700에서 2,200까지 30%가 상승했죠. 

이런 데에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부자연스럽고 극단적인 쏠림현상이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경기는 계속해서 식어가는데, 주가가 이렇게까지 올랐는지 굳이 설명해보자면

  1. 경기는 후퇴하고 있지만 기업이 영업을 엄청나게 잘해서 돈을 벌었다 – 물론 사실입니다. 기업이 그동안 돈을 많이 벌어서 시장 EPS가 상승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번 대부분은 M7으로 대변되는 빅테크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지요. 나머지 기업들은 상황이 신통치 않습니다. 기업들 사이에서 엄청난 쏠림이 벌어지고 있는겁니다.
  2.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경기침체가 심각해지면서 투자자금들이 미국에 쏠리고 있다 – 당장 우리나라의 서학개미들만 봐도 기세가 엄청나지요. 이렇게 엄청나게 늘어난 투자를 위한 달러수요만으로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니까요. 현재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미국과 미국 제외 국가들의 성장격차는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투자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르나, 최소한 “지금보다 더 크게 쏠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점은 분명할겁니다.
  3. 바이든 정부 내내 정부 차원에서 유동성을 엄청나게 공급했는데 재정이 집행되는 한정된 분야에 선택적으로 집중되면서 쏠림이 발생했다 – 민주당 정권 내내 주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첨단 기술, 즉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에 돈이 집중적으로 흘러갔던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권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설마 트럼프가 돈줄을 조이고 긴축모드에 들어갈 리는 전혀 없겠지만 지금까지 지출되어왔던 분야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 돈이 흘러갈 것임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쏠림현상이 누적되는 경우에는 두가지 결말 말고는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1) 조만간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경기침체에 직면하여 주가가 하락하거나 2) 작금의 경기부진이  조금씩 가시화 되기 시작할 때 트럼프가 뭘 동원하든 무슨 수를 써서든 경기를 진작시키려 시도하면서 경기회복과는 상관없이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여기서 더 크게 상승하는 초대형 거품이 형성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장기간 축적되는 쏠림은 항상 커다란 변동성을 만들게 되있고, 그게 위쪽일지 아래쪽일지는 그 때 가봐야 아는거지요.

어쨋던 요즘 부쩍 회자되는 노랜딩은 불가능합니다. 이미 경기선행지수가 장기간에 걸쳐 저렇게 나오는데 어떻게 노랜딩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가 미래를 맞출 수는 없겠지만, 어떤 시나리오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가능성이 떨어지기에 배제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남아있는 가능성들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쯤에서 돌아보는 지난 2년간의 CFNAI index 데이터는 바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강력하게 상기시켜주는 하나의 “조짐”이 될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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