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는 몇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하나씩 열거해보지요.
- 미국채의 수급은 정치적인 결단에 의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출범하게 될 트럼프 정부가 이 문제를 방관할 이유도 없고(애초에 트럼프는 제로금리를 하자는 쪽이니 뭐,,) 기본적으로 은행의 각종 규제를 푼다면 미국채 수요는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 연준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와 달리 장기물 금리는 시장의 컨센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 중에 가장 큰 요인은 인플레이션 전망입니다. 현재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각종 기대와 우려로 한껏 선반영된 상황이죠. 이러한 기대를 넘어선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 혹자는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미국 주식시장의 이익수익률(PER의 역수)이 너무 크게 벌어지고 있어 밸류에이션 이슈로 인한 주가하락을 염려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게 맞는 말이지만, 최근 5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의 주가상승은 이익수익률과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구태여 올해부터 이게 정상화 되어야 하는 근거는 없습니다.
- 지금까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지출이 엄청나게 좋은 이유는 고금리 그 자체에 기인한 겁니다. 부유층의 MMF이자만으로도 소비지출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제 기준금리를 내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기국채나 MMF 이자보다 상대적으로 텀 프리미엄이 더 붙어있는 미국채 장기물에 대한 수요는 반대로 더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채권 수요 증가가 소비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요.
결론적으로, 현재의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올라가는 현상이 미국의 주식시장이나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특히 공급망 충격 등)등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가시화되어 이로 인해 미국채의 매력이 떨어져 장기물 금리가 올라가는 경우라면 커다란 타격을 일으킬 수 있겠죠. 아직은 그걸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이 작년같은 랠리가 계속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다른 원인이 아닌 미국채 장기물의 금리 때문에 주식이 떨어져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시장참여자들이 그렇게 믿고서 불안해서 내던지는 건 단지 시장의 심리와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으로 봐야 하는거지요.
당장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갑자기 떨어져서 4.0% 미만으로 내려간다고 가정해봅시다. 오히려 주가 폭락은 그런 경우에 훨씬 더 급격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점화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