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대바둑을 개척했던 고 조남철 대국수가 젊어서 바둑 기사가 활동하던 시절 한 남자가 찾아왔습니다.
산 속에서 무려 30년간 바둑을 수련한 후 막 하산하고 나오는 길이라며, 자신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둑을 잘 두는데,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다는겁니다.
얼마나 잘 두면 저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 직접 대국을 둬보니 남자의 바둑 실력은 사실 5급 정도에 불과했던겁니다. 번번이 바둑에 지자 그 남자가 이럴 리 없는데 하면서, 30년을 바둑 수련을 하면서 가르침을 준 스승님, 즉 세계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둔다는 한 노인네를 데려와서 대국을 청했답니다.
그 “세계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스승님의 실력은 4급 정도의 실력이었다고 합니다.
유투브 숏츠 영상을 보다 이런 일화를 들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당장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장소의 편협성이 있겠고, “나 스스로 나 자신을 평가하기”라는 것만큼 어리석고 편협한 행위가 없을거라는 생각도 들구요.
문득 제가 10년 넘게 혼자 일하고 있는 지금 직장이 과연 “굳이 꼭 나갈 필요 있겠나”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계속해서 눌러앉았던 건 아닌지, 여기서 원만하고 큰 문제 없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 나 자신의 발전을 저해하고 나 자신의 가치를 땅에 묻어놓는 행위는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사람이 꼭 큰 물에서 놀아야 성공하는 건 아닐겁니다. 하지만, 늘상 주변에 익숙한 사람들과만 교류하면서 어느덧 정체되버린 세계 안에서 장기간 안주하는 것이 나 자신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에나,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나 해로운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무려 30년을 넘게 “산 속에서”만 수련을 열심히 하던 이들의 바둑실력을 생각하면 이 세상은 꾸준히 경쟁과 도태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나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정체되면 그게 곧 퇴행이라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두면서 나 자신을 채찍질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