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사기꾼을 추종하는 이유

3년 전만 해도 2차전지 섹터에서 ”밧데리 아저씨” 또는 “빠떼리 아저씨”라는 별칭의 박순혁씨의 영향력은 엄청났었습니다. 그가 올라간다는 종목에는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달라붙어서 정말로 주가가 폭등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정도로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고 있었죠.

그런데, 요즘에는 2차전지 종목들의 하락세가 길어지면서 그를 욕하는 사람들, 그가 사기꾼이라는 사람 등 안티들이 크게 늘어서 반응이 격세지감이죠. 사실, 박순혁씨는 처음에 금양 홍보이사로 언론에 오르내리던 때부터 전형적인 사기꾼이 약파는 수준의 말을 했었습니다.

정확한 근거도 없고 무조건 내 말이 옳다, 나랑 다르게 말하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고 세력(?)의 장난질에 거드는 놈들이니 말을 들으면 안된다. 테슬라도 허접한 기업이고 외국의 2차전지 관련 회사들은 기술력도 떨어지고 별거도 없고 중국기업들 실력도 형편없는 허접들인데 중국 간첩들이 활동하면서 중국 2차전지 회사들 찬양하는 댓글공작을 벌인다,,,

그런 그의 발언들에 간간이 지적과 비판이 들어오면 그는 항상 그의 추종자들을 동원해서 극렬하게 비판하는 이들을 공격하고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밧데리 아저씨를 추종하며 누구도 함부로 그를 공격하지 못하게 입을 다물라고 그랬었죠.

그렇게 사기꾼이 분명한 자가 추종자를 몰고 다니며 지지받는 세태 자체는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겠으나, 이 또한 시장(!)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생각할 건 많아집니다. 이렇게 조금만 들여다봐도 사기꾼 냄새를 풀풀 풍기는 이가 버젓이 추앙받는 분위기는 관련된 시장이나 주식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절대 종식되지 않습니다. 그 수많은 추종자들이 이들을 추앙하는 근거는 그들의 말의 진위여부가 아니라 해당 섹터나 주식이 올랐다는 사실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가파른 주가 상승이 한두번 일어나면 그 다음부터는 늘어나는 추종자 광신도만큼 자동적인 거품의 성장과 주가상승도 안정적이고 장기간 이어지게 되는겁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렇게 강한 대중의 열광, 즉 거품이 꺼지는 건 거품이 생성되는 것과 달리 매우 서서히 꺼진다는 사실입니다. 사기꾼이라고 해서 그 가면이 만천하에 갑자기 드러나서 수많은 추종자들이 한순간에 등을 돌리는게 아니라는 거지요. 다만, 사람들이 거품붕괴가 급격하게 꺼진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그렇게 거품이 꺼지는 계기가 되는 급격한 폭락의 순간이나 거품붕괴가 다 완결된 다음의 처참하게 하락해버린 주가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거품이 꺼지는 과정은 그런 폭락과 함께 뒤이은 반등과 재차 하락과 반등을 계속 거듭하면서 드디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현실을 깨닫게 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급격했던 폭락 자체가 거품붕괴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대공황의 주가하락도 몇년을 걸쳐 진행되었고, 금융위가나 닷컴버블도 그랬습니다. 그러한 거품붕괴의 과정이 길고 지리하게 이어지는 이유는 사람들의 믿음(또는 광신)이 생각보다 질기고 끈질기기 때문이고, 폭락 후 곧바로 이어지는 반등을 회복이나 매수기회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믿음이라는 건 한 번 형성이 되면 어지간히 현실이 드러난 다음에도 쉽게 깨지는게 아닙니다.

그러한 인간의 속성을 깨닫는다면 무언가 결정적인 계기가 튀어나와 기대와 경탄에 찼던 시장이 순식간에 폭락으로 무너지더라도 계속되는 반등과 하락이라는 여진이 정말 끈덕지고 지리하게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함부로 숏을 치거나 하락에 배팅하지 않고 조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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