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가죽제품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유니켐이라는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죽제품, 즉 피혁제품은 환경규제 때문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독과점과 비슷한 상황으로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데다, 3D산업이라 전반적으로 잘 알려져있지 않고 저평가되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졌던 거지요. 때문에 나름 전반적인 피혁업체의 업황이 좋아지는 업사이클을 타고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피혁제품을 가공 판매하는 주요 업체는 3곳입니다. 조광피혁, 그리고 삼양통상. 조광피혁은 본업이 피혁제품 생산이 아니라 주식투자업체처럼 되있는 상황인데, 오너가 소액주주를 호구로 아는 경영마인드 때문에 문제가 많고, 삼양통상은 승계 이슈 때문에 여전히 저평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PBR 0.3배라는 어마어마한 저평가 상황입니다.
유니켐은 한 때 경영실패로 부도가 났다가 협력사 오너가 인수해서 경영정상화가 되가던 때에 투자를 했었는데, 돈을 벌고 나서는 골프 붐이 한창일 때 골프장을 사더군요. 그래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최근 궁금해서 DART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오너가 바뀌었더군요. 2024년7월에 (주)제이에이치사람들로,,,
여기는 뭐하는 회사인가 DART를 봐도 감사보고서가 안뜹니다. 비상장회사도 일정규모 이상은 1년에 한 번씩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에 DART에서 감사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더군요.
뉴스를 보면 대주주가 바뀐 시기도 말이 많았습니다. 대주주 거래 사전공시제도가 시행되는 7월 24일 이전에 질이 안좋은 오너들이 자기들 지분을 최대한 털거나 내부자거래를 서두르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런 사례 중 하나로 유니켐 인수가 언급되기도 했구요. 기업사냥꾼의 무자본 인수라는 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일일이 팩트체크를 해야지만 넘어갈 수 있는 함정들이 곳곳에 널려있는데, 올해 매출액은 이전 수준 대비 절반으로 줄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더군요. 상황이 이런 지경인데 PBR은 0.93배로 경쟁 업체들보다 훨씬 높고, 주가 자체도 실적이 성장을 이어나가던 시절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업보고서는 더 볼 필요가 없게 되는거지요.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없고, 오너리스크가 불거질 확률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주가 자체도 저평가가 아닌데 투자하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니니까요. 예전에 투자수익을 냈던지라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좀 더 깊게 파보려고 했는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