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영상의가 된 지 23년째인데, 근무해왔던 병원들 특성 상 CT, MRI 보다는 초음파 영상검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왔습니다. 검사의 특성 상 문제가 되는 부분이 어깨와 허리 통증입니다.
어깨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팔꿈치가 최대한 몸통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게 당겨서 검사를 해야 하고, 부득이하게 손을 멀리 뻗어야 할 때에는 반드시 환자의 몸통에 손목이나 팔꿈치를 대어 지지를 함으로서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게 중요합니다.
반면, 허리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세만 가지고 되는게 아니죠. 간초음파만 하더라도 환자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왼쪽 옆구리까지 두루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몸을 앞으로 최대한 숙이는 일이 빈번합니다. 요추전만이 깨지고 디스크에 걸리는 하중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디스크가 터져서 고생하는 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디스크에 하중이 실리지 않으면서 몸을 앞으로 수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가 필수인데, 이게 바로 가슴받이 의자입니다.
가슴받이 의자를 한 번이라도 고민해보셨다면 가장 이상적인 제품이자 꿈(?)의 의자라고 부를 수 있는 HAG Capisco 의자입니다. 단순히 가슴받이 의자로 쓸 수 있는게 아니라 정상적인 등받이의자 형태나 등받이를 옆구리를 받치는 식으로 자유자제로 형태를 바꾸면서 고정된 자세에서 탈피해 몸 전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뭐, 가격이죠. 가격,,, 잘 모르셨던 분이 검색해보면 뜨악 하실겁니다.
국내에서 가슴받이 의재, 배받이 의자라고 검색해보면 가장 쉽게 검색되는 국산 의자인 피카소 의자 PS201 입니다. 가격도 무난하고, 국산이라 중국산에 비해 믿음직해 보여서 초음파 검사 외의 용도로도 많이들 찾는 의자입니다만, 앞서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초음파검사를 하는 용도로는 적절한 선택이 아닙니다.
의자의 무게가 가볍고, 사람이 가슴을 등받이 부위에 대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바깥쪽으로 쏠리면서 의자가 넘어집니다. 사고가 크게 일어날 수 있죠. HAG Capisco의자는 엉덩이를 받쳐주는 좌판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가슴을 받치고 앉을 때 몸이 앞으로 쏠려도 무게중심이 크게 쏠리지 않게 해주는데, 그 기능이 없습니다.
자칫 위험한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만약 대안이 없어서 PS201의자를 구매했다고 한다면, 등받이가 움직이는 장력을 조절해주는 다이얼이 밑부분에 있는데, 최대한 시계방향으로 돌려서 등받이(가슴받이)가 빡빡하게 잘 안움직이게 해놔야 의자가 넘어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초음파 의자”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의자들이 몇 개 있는데, 홍보와는 달리 기능이 엉터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이 가슴받이 의자가 쓸만해서 초음파실에서 사용하고 있네요.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제 초음파 검사를 하는 사진을 찍기는 어렵고, 가슴받이 의자를 이런 식으로 사용한다는 개념을 사진으로 찍어봤습니다. 일단 요추전만이 확실히 유지된 상태에서 배나 허리 주변 근육이 힘을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디스크로 재활 중인 분들도 어려움 없이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양쪽 팔꿈치를 팔걸이 근처에 지지한 상태로 몸 자체를 수그려서 환자에 가깝게 근접할 수 있기 때문에 어깨에도 부담이 덜하죠.
개인적으로 다른 병의원에 가봐도 이렇게 가슴받이 의자를 초음파진료에서 활용하는 사례를 보지 못했는데, 써보시면 굉장히 유용한 아이템이라는 걸 금방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하루에 열 개 이상의 초음파 검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자그마한 차이로도 관절을 못쓰게 되어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올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이슈일 수 있죠.
저도 힘들어서 여러모로 궁리해보다 이런 식으로 적응을 해나갔기 때문이 이 경험을 공유해보는겁니다. 초음파 건수가 많거나 최근 허리나 어깨가 아픈 분들에게는 꼭 가슴받이 의자를 고민해보시는게 어떨까 권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