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척지도(盜跖之道) 관련 잡썰

도척이라는 이름은 그 사람의 본래 이름이 아닐 수 있으며 당시 통용되는 도적 수괴 정도의 호칭입니다. 어찌 되었든 도척은 춘추전국시대 때의 유명한 도적이며, 노나라 때의 대학자이자 공자의 친구였던 유하계의 동생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사실 도척이라는 도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된 건 장자가 지어낸 이야기 속에서입니다. 책 장자는 내편, 외편, 그리고 잡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편 속 거협편, 그리고 잡편 속 도척편에서 도척에 관한 우화가 나와있습니다. 이곳들에서 장자는 도척의 입을 빌려 유가의 위선적 태도를 비판하고 있지만, 역사상 도척의 혈연관계등을 보면 공자가 실제 활동하던 때보다 100년 정도 앞선 시기이기 때문에 하나의 우화 내지 은유, 즉 메타포로 이해하는게 정확할것입니다.

어쨋던 이 도적 수괴가 도적질에도 도가 있다고 설파하며 성지용의인 다섯가지를 설파합니다.

  1. 성(聖) : 남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재간(도둑질의 대상 선정).
  2. 지(智) : 도둑질하기 좋은 알맞은 때를 구분하여 선택함
  3. 용(勇) : 침입할 때 남보다 먼저 앞장섬
  4. 의(義) : 도둑질을 끝내고 나올 때는 맨 뒤에 나옴
  5. 인(仁) : 훔친 물건을 공평하게 똑같이 나눔

여기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1번 성(聖) 일겁니다. 남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재간이 어떻게 거룩한 성인을 말할 때 쓰이는 한자인 聖 인지 말이죠. 이는 고대 시대 때 한자가 변천하는 과정에서 들을 청(聽)이 변용된게 아닌가 합니다. 이 두 단어가 변천하는 중간단계의 글자가 귀밝을 총(聰)이라는 한자로 총명하고 똑똑하다는 개념이 나중에는 요순 임금같은 현명한 군주들이나 학문을 세운 현인들을 일컫는 성(聖)이라는 글자가 파생된 겁니다. 즉, 항상 귀를 밝히 열어 어떤 물건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고 그 진위를 가리는 지혜를 “성(聖)”이라 일컬었다고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사실, 이 다섯가지 도는 도적들에게만 통용되는게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일겁니다. 조직의 과업과 목표를 무엇에 두어야 하는가, 언제 움직이고 결단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은 어떤 조직의 리더들에게도 항상 고민이 되는 영역이지요. 또한 남보다 솔선수범하여 먼저 움직이고, 힘들고 위험한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헌신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공평하고 부당함이나 치우침 없이 분배하는 것 또한 항상 중요한 덕목일 것입니다.

다 중요한 덕목이겠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聖)입니다. 그 조직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고, 그 지향점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삼아 움직여야 하는지를 제시하지 못하는 리더는 설령 나머지 지, 용, 의, 인을 모두 갖추었다 해도 결국 망하는게 필연입니다.

어제 윤석열의 헌재 최후변론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이전 검찰총장을 할 때부터 자기가 이끄는 조직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얼 목표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득히 잘못되고 안타까운 방향설정으로 검찰이라는 조직에 이어 이제는 우리 나라 전체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며 몰락해가고 있습니다. 이제 떠나갈 사람은 말없이 감옥 속으로 사라져 주었으면 하고, 다음번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우리나라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정답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정상적인고 상식적인 고민을 거치고 앞 길을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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