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90일 유예 단상

지난 밤에 있었던 관세 90일 유예에 대해 트럼프에 호의적인 사람과 적대적인 사람들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호의적인 사람은 판을 깔고 협상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90일 유예도 그가 깔아둔 판 안에서 이뤄진 결정이며 이로 인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칭찬합니다. 반면 적대적인 사람은 결국 주식시장이 망가지고 미국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니 어쩔 수 없이 항복한 것이며 월가의 지지세력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이제 그의 조변석개하는 신뢰도 없는 태도의 반작용이 시작될거라 주장합니다.

일단 알아둬야 할 것은 90일 유예라는 게 그가 내세운 관세 모두를 철회한다는 말이 아니고, 상호관세 10%는 여전히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10%의 상호관세라는 것도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철강, 알루미늄 뿐 아니라 자동차에 매겨지는 25% 관세도 유예되지 않고 그대로 매겨집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유예된 것도, 중지된 것도 아니죠.

어쨋던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부정확했던 소문들과 가짜뉴스들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을것입니다.

  1. 트럼프가 일부러 경기침체를 일으켜서 금리를 낮춰 국채조달을 하려고 한다. – 이게 사실이었다면 잘 진행되가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관세 유예 카드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설령 경기침체를 원하더라도 미국과 자기 지지기반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조율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났으므로 이런 가짜소문은 기각할 수 있습니다.
  2. 트럼프가 지금 가장 집중해서 관리하려는 건 “미국채 시장”입니다. 90일 유예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채시장을 보고 있었다. 국채시장은 매우 까다롭다. 내가 보니까 사람들이 불안해하더라”라고 말했죠. 주식 시장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던 것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죠.

시간을 들여서 다른 고민들도 해볼 수 있지만, 당장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두가지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게 뭐 별거라고 하느냐 무시할게 아닙니다. 1번과 2번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하나의 딜레마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채 장기물 금리는 경기가 활성화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거나 정부가 돈을 펑펑 쓰려는 열망이 강할 때 크게 올라갑니다. 반면,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커지면 내려가게 되지요. 그런데,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율을 지키기 위해 돈을 펑펑 쓰고 싶어하고, 경제도 잘 돌아가야 하고, 달러약세를 유도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올라가는 것에는 증시가 무너지는 것에도 꿋꿋이 밀어부쳤던 관세전쟁까지도 유예할 정도로 질색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무언가 하나는 빨리 포기하고 우선해야 하는 가치에 몰두하겠지만, 트럼프의 비대한 자아는 자신의 열망 중 어느것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트럼프의 편이 아니죠. 중간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남은 임기 동안은 그 동안 저질러왔던 무리수와 일방적인 행태의 반작용으로 재선은 커녕 곧바로 레임덕에 빠져 아무것도 못한 채 초라하게 몰락할 수도 있기에 이번에 관세 전쟁을 유예했던 것처럼 또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 선택의 상황에서는 결국 “트럼프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지난 동안의 사건의 전개를 통해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슨 수를 써서든 감세를 하려고 들텐데 그러기엔 여의치 않은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타파하고, 무엇을 희생시키며 그걸 해낼 것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시장을 바라보는 데 중요한 관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