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투짝에 비광 그림에 나오는 우산 쓴 남자, 옆에는 개구리가 그려져 있지요. 이 남자의 이름은 “오노노 도후(小野道風 894 ~ 967)” 서예가입니다. 그의 명성은 대단했으며 죽은 후에 점점 더 평가가 높아져 “서예의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림에 나무인지 선인장인지 가시가 돋아있는 잎사귀는 수양버들이며, 개구리와 개울물이 항상 나오는 이유는 이 서예가의 유명한 일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때 도후는 자신의 재능 없음을 한탄하며 서예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스승에게 찾아가 작별인사를 하고 서예를 그만둘 생각으로 집을 나섰는데, 마침 비가 오던 중 개울물에 휩쓸린 개구리가 수양버들 잎사귀로 뛰어올라 탈출하려는 걸 보게 됩니다.
개구리가 탈출에 번번이 실패하는 걸 보고 아무리 뛰어 올라도 오를 수 없는 모습과 자신을 동일시 하며 안타까워 하던 중 필사적인 시도 끝에 바람에 수양버들 잎이 흔들려 마침내 잎에 올라타 성공한것을 보자 “나는 저 개구리만도 못했구나” 탄식하며 다시 집에 돌아가 붓글씨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선 굉장히 유명한 일화로, 일본의 교과서에도 이야기가 실렸었다고 합니다.
절실한 마음으로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인내와 성실함으로 계속 도전한다면 결국엔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이나, 한낱 미물인 개구리도 이렇게 치열한 삶을 사는데 인간이라면 적어도 개구리보다 못해서 되겠는가 하는 따끔한 일침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무언가 원하는 일이 노력함에도 잘 성사되지 않고 좌절에 빠졌거나,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지경에 빠져있을 때 한 번 쯤 떠올려보며 심기일전 하는데 좋은 일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