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로 보는 루닛 유상증자 가능성

오늘 루닛이 유상증자를 할지도 모른다는 풍문에 주가가 8%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이후 루닛 측은 유상증자가 악성루머라며 소문을 부인했구요.

구체적으로 회사는 회사운영을 위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자금 목적의 유증은 계획에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이어서 “추후 현금 안정성 확보를 위해 조달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며 “주주가치에 반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의 방법은 활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혔습니다. 또한 올해 1분기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 회사가 계획한 목표와 방향대로 순항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사회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뭔가 좀 쎄한 느낌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엔 강력하게 유증이 사실이 아니라 반박하는데, 말이 이어질수록 그런 반박이 한단계씩 뒤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1. 유상증자는 사실이 아니다!
  2. 는 아니고, 운영자금 목적의 유증은 계획에 없다!
  3. 는 아니고, 나중에 할 수도 있는데 절대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현금을 확보할거다!
  4. 는 아니고, 유증 할 수도 있는데,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활용하지 않을거다!!!

뭔가 확실한 입장이라기 보다는 애매하게 밑밥까는 느낌이죠. 이럴 때 진정성을 확인하는 방법은 회사측의 발표가 아닌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는 겁니다. 2025년 1분기 연결 재무상태표를 보면 자산은 4,140억원, 자본금 145억원에 자본총계는 1,715억원이며 부채 총계는 2,426억원입니다. 누적되는 적자로 자본잉여금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자본잠식을 걱정해서 급하게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운영자금이 부족한 상황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 현금흐름표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영업적자가 한분기에 130억원 이상 누적되면서 현금을 까먹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동안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단기금융상품을 처분하면서 현금을 계속 충당하고 있는 중인데, 재무상태표 주석을 보면 단기금융상품은 모두 소진되어 더이상 남아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포괄손익계산서에서 이번 1분기 영업손실이 207억원으로 4분기 내내 이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현재 남아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상반기 중에 고갈되어버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결국 지금 당장 상장폐지를 걱정해서 시급하게 유상증자를 할 필요는 없지만, 회사측의 설명과는 달리 “운영자금”이 정말 빠듯해서 올해 6월달이 되기 전에 조달이 여의치 않게 될 수도 있다는거지요. 장기간 이익을 내고 자산을 축적해온 기업이라면 은행권에서 부채를 조달할 수 있자만, 루닛은 담보로 잡힐만한 유형자산이 있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조달할만큼의 신용등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만 봐도 운영자금의 확보를 위해서는 꼭 유상증자가 아니라도 어떤 식으로든 현금확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거지요. 그런데,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도 기준금리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는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현금조달방식이라는 게 성사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이번에 불거진 풍문이 아니라도 충분히 유상증자의 가능성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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