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베르누이가 제시한 주사위게임을 차용한 문제입니다. 이후에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지면서 논의가 이어지지만, 처음 베르누이가 제시한 게임을 그대로 가져와보겠습니다.
“주사위 1개로 게임을 한다. 먼저 돈을 거는데, 얼마나 걸 지는 각자 결정하되 참가비에 관계없이 보상은 동일하다. 주사위 한 개를 반복해서 던져 특정 숫자, 예를 들어 1이 나오면 게임이 끝난다. 첫 번째 주사위를 던져서 곧바로 1이 나온다면 1달러를 받는다. 두 번째 시도에 1이 나온다면 2달러, 세번째 시도에는 4달러, 네 번째 시도에는 8달러를 배당받는다. 즉 처음으로 1이 나올 때까지 주사위를 던지는 회차마다 보상이 2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EV(expected value), 즉 기댓값은 얼마일까요? 주사위가 굴려지는 횟수에 따라 경우의 수를 따져본다면
EV1 = 1/6 * 1달러 = 1/6
EV2 = 5/6 * 1/6 * 2달러 = 10/36
EV3 = 5/6 * 5/6 * 1/6 * 4달러 = 100/216
EV4 = 5/6 * 5/6 * 5/6 * 1/6 * 8달러 = 1,000/1,296
이런 식으로 EV1+EV2+EV3+EV4+,,,,+EVn 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더한다면 기댓값은 로그함수를 그리면서 계속 올라가게 됩니다. 결국 기댓값은 무한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거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기댓값이 무한대인 게임에 참가할 참가비는 얼마까지 내어도 나에게 손해가 아니게 되는 걸까요? 수학공식만 보면 참가비를 100달러, 만달러, 백만달러 얼마른 지불하건 무조건 유리한 게임이 될 것입니다만, 상식적으로 이 게임 한번에 천달러나 만달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무한대에 가까운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우리가 인식하기도 어려울만큼 매우 적고, 통상 인간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확률 안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보상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다니엘 베르누이는 emolumentum medium(EM)이라는 특이한 개념을 제시하면서(발표한 논문의 라틴어가 수백년 후에나 번역이 시도되어 적당한 용어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어느정도가 적정한 게임 참가비가 될 것인지를 제시합니다. 결론적으로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리스크 회피경향이 달라질 수 밖에 없으며, 그 때문에 emolumentum medium(EM)을 결정하는 변수는 게임 참가자가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베르누이는 위험한 포지션의 가치를 측정할 때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자산 결과값의 산술평균이 아닌 기하평균을 통해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백만달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위의 주사위게임 한번에 자신의 자산을 전부 올인한다고 가정해봅시다.
- 첫번째에 숫자 1이 나옴 – 100만달러에서 1달러로
- 두번째에 숫자 1이 나옴 – 100만달러에서 2달러로,,,
이런 식이라면, 이 백만장자가 참가비로 백만달러를 낸 다음 손해를 보지 않고 수익을 내기 시작하려면 무려 21번 동안 숫자 1이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겨우 2% 남짓되는 확률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2% 남짓되는 확률이 문제가 아닙니다. 2% 중에서도 0.01%가 안되는 행운으로 대박을 친 경우가 생겨서 무려 100조달러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해봅니다. 그럼 이 상황에서 EM(emolumentum medium)은 어떻게 되나요?
이 때 자산의 결과값을 산술평균으로 내버리면 EM은 무조건 백만달러를 크게 상회하게 됩니다. 0에 가까운 결과값들이 아무리 많아도 100조달러나 1경달러 한두개가 나오면 평균은 크게 올라가지요. 그러면 자신의 백만달러 재산을 올인하는 게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거지요. 제대로 EM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우의 수에서 자산의 결과값들을 반드시 기하평균을 내야 합니다.
산술평균은 값들을 더해서 n분의 1로 나누는 것이고, 기하평균은 값들을 모두 곱한 후 n제곱근을 구하는 평균입니다.
아무리 엄청난 숫자를 곱하더라도 그 중에 하나의 수가 0이 되버리면 값은 결국 0이 되듯이 기하평균을 내게 되면 처참한 결과값들이 몇 개만 들어가도 결과치가 참혹하게 변하게 됩니다.
반면 백만달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자산에서 100달러만을 참가비로 지불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경우 숫자 1이 안나오는 행운이 8번만 계속되면 그 때부턴 수익이 날 수 있습니다. 23%의 확률입니다. 23%의 경우는 무조건 재산이 증식되며, 정말 운이 좋다면 무한대의 보상금을 기대할 수도 있는거지요.
여기서도 산술평균이 아닌 기하평균으로 EM을 추정하게 된다면 단지 대박날 확률 2% 오 23%의 확률같은 차이와는 급이 다른 엄청난 차이의 EM값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곱셈에서 0에 가까운 숫자들 몇 개만 빠져도 그렇게 되는거지요.
결국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는 리스크 회피성향은 자신의 돈이 얼마나 있는지와, 자신의 재산 중 어느정도를 위험성 있는 포지션에 노출시키는지에 달려있다는 걸 베르누이가 입증하게 된거지요.
이러한 다니엘 베르누의의 통찰을 후대의 수학자들, 특히 폰 노이만과 오스카르 모르겐슈테른이 일련의 공리체계를 정립하면서 수학적으로 이를 다룰 수 있게 되며, 이를 폰 노이만-모르겐슈테른 함수라고 부릅니다. “기대효용이론”이 출범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