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버슨 아해들이 거미줄 테를 들고 개천으로 왕래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저리 가면 죽나니라 이리오면 사나니라, 부르나니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일이 다 이러한가 하노라
조선 후기 김천택이 펴낸 청구영언에 실려있는 시조 중 하나입니다. 발가숭이라는 단어는 옷을 입지 않고 발가벗은 사람의 뜻으로도 쓰이지만 재산을 모두 잃어버리거나 탕진해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고, 붉은 잠자리 또는 고추잠자리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천둥벌거숭이라는 단어는 직역하자면 뭘 모르고 옷도 안입고 까부는 어린아이라는 뜻이 아니라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데 다른 벌레들처럼 비를 피해 숨지 않고 여전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를 뜻합니다.
천둥이 치는데도 두려운 줄 모르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꼴이 마치 철없이 무모하고 개념없이 덤벙거리거나 까부는 형국이라는 의미로 쓰는 단어가 천둥벌거숭이라는 거지요.
고추잠자리 입장에선 어이없고 억울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비나 나방과는 달리 잠자리의 날개는 수분에 금방 젖어서 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비가 오기 전 습도가 올라가는 날에는 높이 나는 게 불가능할 정도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하나를 모두 포착할 수 있게 해주는 무수히 많은 홑눈, 곤충들 중 가장 빠른 비행속도를 가졌으면서 동시에 정지비행이 가능하며 정교한 방향전환이 가능하기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피해서 나는 게 가능할 정도의 경이로운 비행능력 덕분에 비가 와도 날 수 있는 잠자리의 능력을 선조들은 몰랐기에 잠자리가 무모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된거지요.
천둥벌거숭이를 덤벙거리고 개념없이 행동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면, 혹여 내가 그 사람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고는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더 많은 시간을 관찰하고 지켜보는 사려깊음을 실천해보기를 권해봅니다. 그 때까지 덤벙거리고 개념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다 어느덧 비범한 재능이나 탁월한 성품이 혹시라도 그 안에 숨겨져 있었던 것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