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달음을 얻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논어의 이인편에 나오는 유명한 경구입니다. 어렸을 때에 이 말을 들으면서 문득 궁금했었습니다. 도를 들었는데, 이제 그 도를 가지고 실천을 하든지 그걸 이용해 행복하게 살 생각을 해야지 왜 죽어도 좋은가 하는 궁금증 말입니다.
그런데, 내가 아침에 진정한 도를 들었다면 저녁에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요? 그저 도를 깨우치게 되었으니 기분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거나 해방감과 행복감에 취해 잔치를 열고 있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진정한 도를 듣게 되었다면, 그걸 한 순간이라도 잊지 않도록 되새기며 이를 생각하고 또 궁리하여 갈무리하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입니다.
아침에 도를 들었는데, 막 들은 그 순간부터 계속 이를 붙잡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느라 경황이 없거나 집중력이 흐려지게 된다면, 아무리 아침에 벅찬 감동으로 듣던 도라 하더라도 어느새 그 진의를 잊거나 그저 그런 좋은 교훈 중 하나쯤으로 변질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아침에 도를 들었는데 저녁에 방 안에서 뒹굴거리고 있거나 바쁘게 일을 한다는 건 도를 들은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설령 죽는 일이 생기더라도 아침에 들었던 도를 붙잡고 생각에 진전을 이루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절박함이 생겨야 그것을 진정한 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진정한 도라는 건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