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복수

조진, 하후상, 장합, 서황, 누구 하나 만만한 장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사방에서 공격했지만 우리는 결국 강릉성을 지켜냈지요. 그들이 물러나는 것을 보며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가장 좋은 복수는 복수라는 감정에 생을 소비하지 않고 버티는 거라고요. 속에서 천불이 나겠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황천으로 걸어 들어가지 말라고요. 황천에 간 아우는 형이 뒤따라오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을 거라고요

-삼국지 유지경성 중에서


증오는 나의 힘(김윤아)

매일 내일은 당신을 죽이리라 마음에 마음을 새겼어
수 천 수 만의 생각이 머리 속을 헤엄치며
무력한 날 비웃고

매일 내일은 구차한 이 내 생을 고요히 끝내리라 꿈꿨어
수 천 수 만의 생각이 머리 속을 헤엄치며
비겁한 날 비웃고

고맙고 고마운 내 아버지 당신을 죽도록 이토록
증오한 덕에 난 아직 살아있고 증오는 나의 힘
배신하지 않을 나의 아군 나의 주인 나의 힘

나는 자아를 잃은 증오의 하수인
두 눈엔 칼을 심고 가슴엔 독을 품은
꿈에도 잊지 않을 이 사무치는 증오
당신을 해하리라 새 날이 오면

증오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고

검은 증오의 불길이 언젠가는 날 삼키고 난 멸하고 말겠지
이미 지옥 한 가운데 발을 딛고
웃으며 나 가려 해 파국에


“복수”라는 단어를 실행하는 방법 중 가장 양극단에 존재하는 사례가 생각나서 두가지 출처를 가져와봤습니다.

하나는 삼국지 유지경성 중에 나오는 복수, 다른 하나는 가수 김윤아가 불렀던 “증오는 나의 힘” 가사입니다. 삼국지 유지경성에서 언급되는 복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복수”입니다. 내가 무너지고 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복수를 행해서 성공한 들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내가 당한 억울함과 원한이 끝간데 없이 커서 자제하기가 어려울 건 당연하겠지만, 그럼에도 속에서 천불이 날 지언정 복수라는 감정에 내 생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는 충고입니다.

물론, 정작 내가 죽을듯한 고통과 원한을 품고서 넘치는 증오에 노출된다면 어찌 내 마음대로 나 자신을 추스릴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증오의 물결에 휩쓸려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정신줄을 놓게 되면 어느새 노래 가사처럼 “자아를 잃어버린 증오의 하수인”이 되어 웃으며 파국을 향해 나아가게 될 수도 있는것이 사람이고, 또 세상입니다.

그러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결국 간절히 기도할 수 밖에 없게 되지요. 부디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증오의 하수인이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그리고 설령 누군가의 악의와 폭력에 의해 나와 내 사랑하는 이들이 추락해 무너질 지언정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내 영혼이 타락하지 않게 되기를 항상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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