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오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회귀수선전에서

“무슨 의미가 있긴!”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자신을 가꾼다는 뜻. 약육강식이 진리이고 약탈이 절대라면, 결국 그를 절대로 여기는 이들 역시 언젠가는 더 강한 자에게 먹히고 약탈당하겠지.”

“하지만 자신을 가꾸어 커 나간 자는, 망해도 결국 자신에 의해 망할 뿐, 남에게 뺏기지 않는다. 자신이 키운 건 세상이 멸망해도 자신에게 남는단 소리다.”

염소수염을 기른 익숙한 노인이, 내 앞에서 버럭 불호령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정신 좀 차려라! 아둔한 것!”

참오하여 얻은 것은, 절대로 멸하지 않는다!.


  • 참오(懺悟) : 뭔가 미진한 것이 없나 반성하고 두루 살펴 깨달음에 다가가는 것

솔직히 죽고 나면 끝이지 참오하여 얻은 것이 절대로 멸하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는가 반박하려다가도,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가꾸어 커 나간 것은 망할 뿐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다는 대목을 읽을 때에는 마음 한 켠에서 무언가가 솟아나오는 걸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의 설화 중에서도 자신의 머리에 든 것, 자기가 공부한 학문은 도적이 빼앗아가지 못했던 궁극의 재산이라는 지혜를 강조하고 있지요.

또한, 이걸 뒤집어보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더군요. 자신이 키운 건 세상이 멸망해도 자신에게 남는다는 말을 수긍한다면, 진정 내게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건 설령 내가 죽더라도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하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내 생명이 누군가에게 해함을 받아 살해당하거나 불의의 사고로, 또는 질병이나 수명이 되어 죽음에 이르더라도 다른 사람이, 설령 죽음이라도 내게서 빼앗아가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고 쌓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깨달음 말입니다.

단순히 먹고 사는데 필요한 기술이나 주입식으로 넣어지는 각종 지식이나 교양들은 내가 죽고 나면 허무하게 사라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져갈 수도 없지만 나 또한 죽게 되면 다 놔두고 떠나야 하는 것들이죠. 내가 죽고 나서도 가져갈 수 있는 건 “존엄”이며 “나 자신 그 자체”일 것입니다. 또한 해결하지 않은 내 죄업을 다 놔두고 떠날 수도 없고, 내 행실과 인격, 그리고 나 자신을 갈고 닦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왔던 시간들 또한 나 자신의 존재증명으로 남아 결코 죽음이 흩어버릴 수 없는 것들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는 멸하지 않는 것들, 내가 갈고 닦을수록 한없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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