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0117150003466
당장 “머니무브”라는 키워드만으로도 클리앙 게시판이 엄청 시끄러웠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PBR이 뭔지도 모르는 분이 나서서 투자자들의 복장을 터트리기도 하고, 그걸로 분통을 터트리는 글에 2찍 아니냐는 식의 조롱도 나오고,, 사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긴 하죠. 코스피 5,000 과 집값안정을 한꺼번에 실현할 수 있다면 그거만큼 좋을게 없을텐데 뭐가 무섭다고 이렇게 정책 추진이 지지부진한 걸까 의아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나라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주식이 계속 오르고 시장이 뜨거워지면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쓰고 경제도 잘 돌아가는게 당연할텐데, 이렇게 특정 자산시장이 활성화될 때 소비가 진작되는 걸 “자산효과(wealth effect)”라고 합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언제든 주식을 실시간으로 현금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굉장히 빠르게 나타납니다.
반면, 부동산, 특히 주택 가격이 올라가면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낙관적으로 변하고 씀씀이가 커지게 됩니다. 다만, 당장 눈에 보이는 현금흐름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증가로 나타나는 효과는 더 느린 대신, 장기적인 소비증가의 폭은 주식시장보다 훨씬 커서 2-3배의 효과가 나옵니다.
여기서 문제가(물론 이 논문이 100% 맞다는 건 아니지만)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부동산시장의 자산효과가 주식보다 훨씬 더 커지게 된다는 겁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소비가 훨씬 크게 줄어들면서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거지요. 결국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소비는 줄어들고 성장율이 더 떨어지게 된다는겁니다. 때문에 주식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함부로 죽이는 건 선택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실제로 정부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강남 주택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고, 주식은 지금까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될 것 같진 않구요. 경제상황과는 별개로 민주당의 강령 상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정책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노란봉투법인데, 법 자체는 정당한 명분이 존재하지만, 이게 발효가 되면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이 기업활동을 하기가 심히 귀찮아지겠죠.
굳이 노란봉투법이 아니라도 당장 우리나라 경제에 “호재”가 뭐가 있을까 떠올려보면 뭐가 있을지 궁금할 정도로 지금 이재명 정부의 앞길은 험난하기 그지 없는게 현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도 위태위태한 “부동산 시장”까지 건드리는 건 메가톤 급 폭탄이 될 수도 있겠죠. 결론적으로 지금 이재명 정부가 “뭘 해도 된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과감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주문인지 응원인지 모를 의견들이 있는데, 거기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겁니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정말 조심조심 걸어가야 합니다. 앞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아요. 윤석열이 보통 큰 똥을 싸질러놓은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