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파이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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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파이낸싱을 구글로 검색하면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시스코 캐피탈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일시불로 장비를 구입하기 어려운 회사들에게 대출이나 여러 지원을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러한 파이낸싱은 불법도 아니고, 문제된 소지가 있는 비정상적인 경영행태도 아닙니다. 잘 될 때에는 회사의 매출을 올리고, 업계의 생태계와 상생하는 좋은 영업행태가 될 수 있죠.

하지만, 닷컴버블이 한창일 때 별다른 사업의 실체도 없이 이름만 IT를 내세우던 쭉정이 회사들에게 시스코 캐피탈을 통해 막대한 대출과 보증을 제공하면서 파이낸싱을 한 게 밝혀지자, 그 때 부터 닷컴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물론, 시스코의 매출 중 일부만이 그러한 파이낸싱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그 전까지 시스코의 매출성장이 보여주었던 신기루가 걷히자 시장은 곧바로 패닉에 빠진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코 파이낸싱과 같은 일이 이번엔 좀 더 안좋은 형태로 재현될것 같다는 소식입니다. 코어위브라는 신생 AI 클라우드 서버 업체에 가장 큰 고객은 오픈 AI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칩을 생산하는 엔비디아가 오픈AI와 코어위브 두 곳 모두에 수백조에 달하는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오픈AI는 투자받은 돈으로 코어위브의 클라우드 서버 이용료를 내줄 수 있고, 코어위브 또한 엔비디아에게서 투자받은 돈으로 엔비디아의 칩을 구매해서 서버를 제조하게 됩니다. 심지어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에게 2025년 9월까지 구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코어위브가 엔비디아 칩을 구매해서 서버를 만들었는데, 고객을 구하지 못했을 때 이 재고가 되버린 서버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보증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코어위브는 그러한 보증계약서를 가지고 금융기관에 약 75억달러의 대출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엔비디아는 이 과정에서 코어위브의 지분을 확보하는 등 여러가지 이권을 챙겼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핵심은 최신 인공지능 칩은 블랙웰이 발열이 너무 심해 기존의 공냉식 서버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기존의 서버 업체들은 블랙웰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상황에서 신생 AI 서버 업체인 코어위브 같이 데이터 센터를 수냉식으로 새로 짓는 기업들에게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했다는겁니다.

이건 과거 시스코가 IT 버블때 구설수로 올랐던 벤더 파이낸싱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며 위험할 수 있는 형태의 벤더 파이낸싱이 아닌가 합니다.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걸 넘어 지금과 같은 AI 버블이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며 꺼져갈 것인지 또한 암시할 수 있게 해주는 발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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