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불구명(進不求名) 앞으로 나아가더라도 명예를 구하지 말라.
퇴불피죄(退不避罪) 후퇴할 때 죄를 피하려고 하지 마라.
유인시보(惟人是保) 오직 병사의 목숨을 보존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라.
손자병법에 나오는 진퇴(나아가고 물러섬)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나아가고 물러서는 기준에 대한 내용이 손자병법의 목차 중 “지형(地形)”편에 나와있다는 점입니다.
손자병법 지형편은 지형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여섯가지 종류의 지형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자세하게 다루는 건 지형이 아닌 군대와 용병(병력을 운용)에 관한 것입니다. 더우기 직접적으로 지형은 용병의 보조역할을 한다고 명시하면서 나아가고 물러서는 판단에서 자신의 공명이나 명예나 처벌에 연연하지 말고 오직 병사를 보존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말합니다.
지형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지형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건 아니라는거죠. 적이 허술할 점이 있음을 알아 공격할 타이밍을 알고, 아군의 용병이 출중해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지형이 공격하기에 불가능 하다는 것을 모르면 반드시 패하는 건 아니고 승패의 확률이 반반이라는 겁니다.
문득 이 말이 왜 생각이 났느냐면 장수가 자신에게 주어진 병졸을 자기 자식 대하듯 보존하는 것이 승리에 직결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이건 전투의 성패 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성급하게 성성공의 과실에 집착하거나 내가 피해를 입을까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모시키는 일을 거듭하면 결국에 정해지는 건 패배자의 결말밖에 없을겁니다.
인생에서 어떤 결정이나 도전을 하더라도 항상 중히 여기며 보존해야 하는 것은 성공하면 주어지게 되는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나의 건강과 멘탈,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을 부모가 자녀를 대하듯 항상 살피고 보존하지 않고 소모시키는 사람에게 희망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