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218180.html
이 대통령 “원전은 가동만 15년…당장 필요한 전력은 재생에너지가”
기후에너지환경부 관련해선 “한 부처 내 치열한 토론이 낫다”
이재명 대통령이 “원전은 지어서 실제 가동하는 데에만 15년이 걸린다”며 “당장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건 1~2년이면 가능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신규 원전 건설을 공론화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난 철저히 실용주의자이며 정책을 놓고 이념전쟁을 하면 안 된다”면서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면 하겠지만 (원전을 지어서 당장 필요한 전력량을 충당하는 건)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 (발전량이) 수십기가(G)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원전을 30개 넘게 지어야 하는데 어디에다 지을 거냐. 결국 재생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 김 장관도 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김 장관은 취임 50일 기자 간담회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 1기에 대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국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혀 원전 신설을 재검토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데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현실적 방법은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라고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책을 놓고 이념 전쟁을 하면 안 된다. 난 철저히 실용주의자이고 나도 (이념 전쟁) 안 할 테니 상대도 안 했으면 좋겠다. 풍력·태양광은 1~2년이면 되는데, 무슨 십몇 년을 걸려서 원전을 짓냐”고 했다. 이어 “단, 원전도 있는 건 쓰고, 가동 기간 지난 것도 안전성 담보되면 연장해서 쓰고, 짓던 건 잘 짓고 그러면 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섞어 쓴다는 정책은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 이 대통령은 “에너지 분야 문제가 (한 부처 내에서) 내부 토론을 통해 해결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절감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기존 에너지 업무를 해온 산업부의 진흥 성격과, 환경부의 규제 성격이 한 부서 안에서 제대로 조화를 이루겠느냐는 우려에 대한 답이다.
이 대통령은 “환경부가 그간 전기차 보조금을 몇조원씩 썼는데, 실제 벌어진 일을 보면 중국 전기버스 업체가 혜택을 봤다. 환경부가 국내 산업발전 생각 못 한 것인데, 산업부가 국무회의에서 지적했어야 하지만 안 된 것”이라며 “차라리 한 부서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했으면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들입니다. 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다시 생각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이 이렇습니다.
기자의 질문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재명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는 거짓주장을 사실처럼 몰아가는 공격적인 질문임에도 이렇게 정확하게 현재의 상황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답변이었습니다.
물론, 현재 민주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탈원전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라는 이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유보한 점은 아쉽지만, 이건 정무적인 판단 차원에서 판단할 사안이지 어느쪽이 맞고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니죠.
한 달 넘게 지난 예전의 기사를 이제사 꺼내든 이유는, 대통령이 이렇게 정확한 개념을 가지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에 비로서 원전에 긍정적인 유권자나 부정적인 유권자 어느쪽이든 “불안”을 느끼지 않고 쓸데없이 소모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입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는 모습을 이전 대통령들, 특히나 바로 전 술에 찌들어 살던 자의 집권 시기 때 볼 수 있었는가요? 설령 윤석열 지지자라도 그런 말을 하지는 못할겁니다.
사람들이 한 나라의 국가원수에게 바라는 여러가지 품성이나 능력이 있습니다. 리더십이나 감정적 공감능력, 위기관리능력, 비전, 아이디어 등등,,,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정말 있으면 좋겠지만 이 중 한두개가 없다고 해서 그 나라가 망조가 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이들에게는 좋게 여겨지는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흠결로 여겨질 수도 있구요.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과 사고능력, 그것을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적 능력을 지도자가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나라는 곧바로 혼란해지고, 국민은 서로 갈려서 분열과 반목을 더 키워가다 망조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기본개념 없는” 나라 망치는 국가원수를 구분하는 게 과연 어려울까요? 아닙니다.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왔는가를 따져보면 누구라도 그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쓰레기같은 감정을 해소해주고, 말도 안되는 정치적 판타지를 실현해줄거라는 희망(이라 쓰고 망상이라 읽는)을 가지고 그런 결격사유를 도외시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런 자들이 국가원수로 등극할 수 있는겁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언제든 일상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개념 없는 국가원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개념없는 자을 뻔히 알면서도 기꺼이 뽑아줄만큼 왜곡된 세계관과 감정의 격류에 적셔진 유권자들이 문제의 본질이고, “국민이 저런 개념 없는 놈을 설마 뽑아주겠어?”라며 반사이익만 기대하다 무능하게 패배하는 반대쪽 진영의 무능이 또다른 본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과 트럼프를 배출한 우리나라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간만에 기본 개념을 탑재한 대통령이 나왔다고 이런 정치지형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민주당도 정신 못차리다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는 걸 막지 못했죠.
이런 상황에도 이재명 정부가 설령 지지율이 무너지더라도 강경한 정책들 화끈하게 밀고 나가라며 떠밀고 있는 일부 강경파 지지자 분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걸 보면서 새삼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렇게 훌륭하고 개념있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다음번에 윤석열같은 자가 또 대통령이 되어서 국운을 기울게 하는 걸 막는 근거가 되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