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에 대한 몇가지 오해들

지금이 AI 버블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은 점점 뜨거워집니다. 이거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없을테니까요.

사실 정답은 나와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이죠. 누군가가 지금이 버블이다 아니다 이런식으로 확신을 가지고 주장한다면, 그런 주장이 틀린 주장일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버블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이전에 잘못된 사실들이나 주장에 휩쓸려서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겁니다.

  1. 현재 AI 주도주들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버블이 아니다?

보통 IT 버블 때와 비교하면서 지금이 버블이 아니라는 주장에서 가장 흔하게 내세우는 논리입니다만, 현재의 주도주들 중에서 정말 AI를 가지고 돈을 벌고 있는 건 엔비디아를 비롯해 하드웨어를 만들어 파는 회사들 뿐입니다. 인공지능으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오히려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조차 벌어들이고 있는 돈보다 투자하는 돈이 훨씬 많은 상태죠. 그렇게 계속 경쟁을 하다가 경쟁에서 실패하게 되면 승자 빼놓곤 엄청난 적자와 경영위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과거 IT 버블 때에는 말 그대로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뭐든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적자여부와 상관없이 기업의 미래 가능성을 담보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막대한 투자로 인한 현금흐름의 부담 때문에 장미빛 전망이 훨씬 빠른 타이밍에 훼손될 수 있는겁니다.

  1. 최근의 주가급락은 AI 버블붕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건 버블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겠는데, AI 기술이 현재 “거품붕괴”를 논할만한 단계라고 할 수 없는건 분명합니다. 현재 AI 기술은 전혀 성숙되지 않은 초창기 상황입니다.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만 확립되었고 기술의 확산이나 최적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비용절감이나 수익성을 내는 것과도 전혀 거리가 먼 상황이죠.

관련해서 최근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 숏포지션을 들고서 AI 거품론을 설파하는걸 엔비디아나 여러 AI 낙관론자들이 반박하고 있는데, 이건 현재의 주가상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논쟁입니다. 마이클 버리의 구체적인 주장을 유투브를 찾아서 들어보시면, 마이클 버리가 주장하고 있는 거품붕괴의 상황이 빨라야 1,2년, 늦으면 5년 후에나 찾아올 이벤트라는 걸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즉, 작금의 변동성은 AI 거품론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현상이라는거죠. 지금은 AI 거품이 아니라 비트코인 내지 코인 거품의 붕괴 공포로 시장이 움직였다고 보는게 훨씬 타당한 분석이라고 봅니다. 코인시장의 하락과 대규모 청산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이로 인한 공포가 주식시장까지 감염된거죠. 그러니까 기준금리인하에 대한 희망이 보이자마자 반등하기 시작한겁니다.

결국 AI 거품이라는 이슈는 지금 당장 의미있는 이슈가 아닙니다. 지금은 AI 거품보다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이슈쪽이 훨씬 더 민감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1. AI기술이 발전하면 주가는 계속 상승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이겁니다. AI 기술경쟁에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승자는 극소수입니다. 패자는 썰려나갈 수 밖에 없죠. 지금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종목들 중 시간이 지나서 주가가 버텨줄 수 있는 기업이 과연 몇개나 될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설령 기술경쟁에선 승자가 된다 하더라도 그런 승리를 통해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기술혁신은 인간의 삶의 질을 혁명적으로 올려주지만, 그것과 해당 기업이 돈을 버는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인공지능 번역프로그램으로 내가 엄청난 효용을 누리고 있고, 이를 위해 한달에 수십만원의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번역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구글은 광고료를 제외하면 돈을 한푼도 못벌고 있는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겁니다.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속에서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어도 제대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면 그게 다 헛것이 된다는거지요.

지금은 굳이 AI버블붕괴를 논할 시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장이 흔들리고 변동성을 보여주는 이유 중에는 분명 이런 생각도 같이 포함되고 있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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