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에서 불안해하는 이슈 중 하나가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이슈입니다. 이게 정말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리스크인가,,, 생각해봅시다.
- 엔캐리 트레이딩이라는 개념이 단일 카테고리의 자금이 아닙니다. 엔화를 빌려서 투자를 한다는 개념은 하나지만, 그러한 투자처와 투자기간이 여러종류이기 때문입니다. 청산 위험성이 가장 큰 자금은 엔화를 단기 차입해서 레버리지 투자를 한 경우입니다. 모든 걸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작년에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이슈가 한번 불거졌을 때 한국은행에서 그 규모를 추산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레시버리지 투자에 투입되었거나 단기투자에 투입되어서 실제로 청산 가능성이 있었던 자금이 약 32조엔 정도로 파악됬었습니다.
- 당시 청산 가능성이 없다고 파악되었던 액수는 500조엔 정도로 이들은 외국 직접투자(FDI)나 장기투자 형태도 투입된 자금이었기 때문에 쉽게 청산되기 어렵다고 분석되었습니다.
- 엔캐리 트레이딩이 청산되는 건 엔화가 계속해서 달러 대비 계속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될 때입니다. 작년에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때문에 그러한 청산 리스크가 불거졌고 주가도 출렁였습니다. 다만, 이후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하지 않으면서 청산 이슈도 수면 아래로 잠복했습니다.
- 이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다시 청산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준금리 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러한 예상을 이미 반영하고 있으며, 일본의 30년국채 금리는 3.4%로 우리 국채 30년물 금리인 3.2%를 이미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청산 리스크는 리스크를 넘어 확정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핵심은 엔화가 1) 달러화 대비 2) 장기간 3)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거라는 믿음이 확산되느냐 여부입니다. 양국간 국채 금리차이나 기준금리 차이 같은 건 환율을 결정하는 많은 변수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당장 달러만 봐도 그렇죠. 트럼프 정부가 그렇게 달러 약세를 선호하고, 국채금리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지난 동안 달러는 유래없는 강세를 보였다가 이제 조금 떨어진 것이 달러 인덱스 98로 결코 낮은 상황이 아닙니다. 그나마 그렇게 달러강세가 한풀 꺽였다는 점 때문에 시장이 환호를 하며 주식이 강세장을 이어나가고 있지요. 그렇다면, 달러가 더 약해지면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달러약세에 힘입어 강세장을 이어나갈까요, 아니면 엔화강세 전망 때문에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이슈로 하락하게 될까요?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지요.
결국 엔캐리 트레이딩 청상 이슈가 자산시장에 정말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단순한 달러약세가 아닌 “미국 경제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달러 약세”가 이어질 때입니다. 단순히 엔화 강세나 달러화 약세가 전망된다고 해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 미국 경제가 끊임없이 나락으로 추락해가면서 동시에 달러화 가치도 폭락하는 식의 위기상황에서 파국으로 향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는겁니다.
결국,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이슈 하나만으로 잘 나가는 미국 또는 전세계 자산시장을 초토화시키는 파괴력이 있다기 보다는, 자산시장이 매우 안좋은 흐름에 빠져가는 상황 중에서 그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며 파국을 조장하는 휘발유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걱정하는게 합리적인 태도가 아닌가 하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