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큰 병원을 가야 제대로 진단할 수 있을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어떤 분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사례를 근거로 지방 광역시 의료수준을 폄하하면서 “병원은 큰 곳으로, 가능하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그 의견에 동의하더군요.

초음판 검사를 비롯한 영상진단 전문가로 25년 정도 진료를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선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울대병원, 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같은 초대형 대학병원에서 영상판독, 초음파검사를 누가 할까요? 전세계 학회를 종행무진하며 첨단 의료의 앞길을 빛내고 계시는 의대 교수님들이 직접 영상판독을 하고, 초음파검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교수님들은 그럴 시간이 없어요. 대부분의 판독과 검사는 전공의나 전임의(펠로우)들이 합니다. 이런 전공의와 전임의 분들이 지방에서 저같이 수십년까지는 아니라도 십년 넘는 임상경험을 거치면서 교과서나 논문에는 나오지 않는 수많은 어려운 케이스나 실수들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장비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베테랑 영상의보다 더 명의에 가까운 진료를 할 수 있을까요?

당장 저만 해도 막 전문의자격증을 받고 초음파진료를 하던 때의 저 자신을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이불킥을 해도 몇 번을 할 정도로 실수나 어설펐던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광역시나 시군단위 병원에서 영상의로 있는 의사들 대부분은 이렇게 전문의를 수료하고도 몇년에서 몇십년의 임상경험을 축적한 전문의들이 직접 초음파 프루브를 잡고, CT와 MRI판독을 하고, 다른 임상 전문의들과 소통을 합니다.

물론, 지방이라 하더라도 일부 산부인과 병원이나 영상의가 없는 병원에서는 영상의가 아닌 임상의사들이 초음파 진료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수도권은 그럴 확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초음파를 아예 의사가 아닌 의료기사가 하는 경우입니다.

요즘 영상기사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미국 초음파사 자격증(ARDMS)을 취득하거나, 이런거 없이 바로 초음파 진료를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초음파사가 검사를 한 것으로 끝내는게 아니라, 이들이 검사하는 내내 감독과 확인을 하는 영상의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초음파사는 그저 영상의가 업무가 너무 많아서 초음파검사를 못하기 때문에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고, 영상의가 검사과정에서 제대로 된 감독이나 감시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임상경험이 없는 이들이고, 이로 인해 당장 검사중인 환자분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환자분이 궁금해하는 걸 알려주는 건 고사하고, 특정한 임상상황에서 더 세심하게 보아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보기도 어렵죠. 당연히 확인해야 할 걸 제대로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반드시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런 초음파사가 초음파검사를 하는 경우는 “내가 어느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판독 내용에다 쓰는 경우가 거의 없을수밖에 없습니다.

초음파검사는 CT나 MRI처럼 기계가 한번 쓱 훑고 지나가면 영상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검사가 아닙니다. 음파가 인체에 들어갈 때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무에 인공물(artifact) 투성이의 영상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검사 대상이 뚱뚱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마른 체형이거나, 허리가 굽어있거나 등등 수많은 상황들에서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이 경우 내가 정확히 어느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걸 인지하고, 그렇게 확인 못했던 부분을 명확히 기록으로 남겨놓고 추가적인 검사의 필요성을 환자분에게 제대로 알려주어야 하는데, 기사분들이 이 부분을 책임을 가지고 성실히 실천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이렇게 의사가 아닌 기사가 초음파를 잡으면서 검사의 신뢰도를 믿기 어려운 경우가 서울이나 수도권 큰 병원에서는 매우 많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 큰병원을 가면 제대로 된 초음파검사를 못하게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죠. 때문에, 정말로 제대로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오히려 서울 큰병원을 피해야 하는걸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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