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497465?sid=101
우리 언론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가 재벌기업 오너들을 대단한 능력이나 품성을 가지고 있는 양 찬양하는 기사들을 자주 쓴다는겁니다. 위의 링크도 그런 찬양성 기사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만, 기사가 말하고 있는 사연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 2019년 자율주행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창업한 네이버 출신 송창현, 2021년 4월 현대차그룹에 입사, 2022년 그가 설립한 포티투닷을 인수하며 현대차 본부장 취임
- 2025년 여름 경, “우리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니 중국 샤오펑 기술을 도입하자”고 보고함. 회장의 격노
- 2025년 12월 3일 사임
여기서 여러 자잘한 사연들이 곁가지로 붙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줄기는 이겁니다. 현대차는 벤쳐회사를 하나 인수하고, 그 회사의 대표를 요직에 앉혔으며, 인수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율주행기술의 내재화가 어렵다는 보고에 영입한 송창현 본부장을 경질시키고 판을 엎어버린 겁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은 송창현씨가 무능하다거나 뻔뻔하다, 심지어는 호구 잡고 거하게 한 탕 한 사기꾼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만, 저는 전혀 다르게 봅니다.
현재 자율주행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해서 시장에 선보인 기업은 테슬라와 앞서 말한 샤오펑 두 곳 정도입니다. 테슬라가 FSD를 개발하기 시작한 건 2014년이며, 샤오펑이 알리바바의 투자를 유치받아 출범한 것 또한 2014년입니다. 두 곳 모두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테슬라와 알리바바라는 거대기업의 천문학적인 자본투입을 통해 현 수준까지의 자율주행기술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포티투닷을 4,200억원에 인수했으며, 인수 전부터 현재까지 약 5년동안 2조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합니다. 인수금액인 4,200억을 제외한다면 1조6천억원 정도겠지요. 현대차가 발표한 신사업 투자계획이 총 50조원 정도라고 하니, 비중으로 따진다면 전체 투자역량의 3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현대차 오너가 요구했던 자율주행기술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테슬라나 샤오펑에 비견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원하면서 겨우 이정도 돈에 인수 후로 따지면 3년 정도의 시간 안에 자율주행기술의 내재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아니 최소한 내재화가 확실히 가능하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건, 솔직히 너무 납득하기 어려운게 아닌가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너무 날로 먹으려고 드는게 아니었는가 하는겁니다.
후발주자로서 프론티어 기업들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 얼마 안되는 자본으로 따라하기가 가능하지 않겠냐 싶지만, 현대차는 자동차 설계와 조립을 하는 회사이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에는 전혀 실적을 내지 못하던 전형적인 하드웨어 제조업체입니다. 이번 현대차의 시도는 결코 패스트팔로워가 아니라 자신들이 한걸음도 제대로 내딛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나서는 프론티어의 입장이었다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걸을 때는 “실패”라는 것도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이자 든든한 무형자산이 됩니다. 벤쳐회사 투자 때부터 시작해서 5년이라는 시간동안 현대차가 어떤 식으로든 나름 열심히 도전했고, 그 결과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왔지만, 그 실패를 “무능”과 “무책임”으로 간주하고 반응하는 리더십은 패스트팔로워나 모방자의 입장에서나 유효한 태도이지,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가려는 도전자의 입장에서는 실패에서 뽑아낼 수 있는 막대한 무형자산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는 어리석은 우행이 될 수 있는겁니다.
자율주행기술을 현대차가 아예 포기할 수는 없을테니, 또다른 누군가를 내세워 계속 자율주행기술 연구를 계속하긴 할테지만, 후임자가 전임자의 실패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해 앞으로 나아가는 건 정치적으로 불가능할 수 밖에 없죠. 그것이 현대차의 미래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위의 기사 내용은 오너를 찬양하거나 변호하는 기사가 아니라, 현대차 오너십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증언하고 있는 진술서에 가깝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