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난 뒤 애플에 타격이 컸던 이유는 존 스컬리가 어떤 병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한테서도 자주 본 건데, 이 병은 바로 좋은 아이디어가 일의(성패의) 90%라고 믿는 병입니다. 즉, 멋진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만 해도, 그 사람들이 알아서 다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거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에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디테일한 작업이 존재하거든요. 훌륭한 아이디어와 훌륭한 결과물 사이에 말이죠.
그리고 아이디어는 실제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계속 변하고, 발전합니다.
처음 떠올렸던 모습 그대로 완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왜냐하면, 훨씬 더 많은 걸 배우게 되고 아주 미묘한 부분들까지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엄청난 트데이드오프가 존재합니다. 현실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전자에게 시킬 수 없는 일도 있고, 플라스틱이나 유리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것도 있고 공장이나 로봇이 해낼 수 없는 일도 있어요.
결국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건, 머릿속에 5,000가지 요소를 동시에 담아두고, 그 모든 개념들을 하나의 조화로운 형태로 계속 맞춰가며 밀어붙이는 작업이에요.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보고, 원하는 결과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이죠.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막상 일을 하다보면 잊어버리기 쉬운 부분이죠. 디테일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근사한 아이디어(내 아이디어) 하나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 처럼 굴면서 일을 망치는 일들은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 창조해내는 작업이 결코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