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건강검진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고가의 건강진단 서비스가 성행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심지어는 100만원이 넘는 상품도 있다고 한다는군요.

이런 식의 건강진단에는 단연 고가의 영상장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중에는 한번 시행하기만 하면 모든 암의 존재여부를 단번에 알려준다는 검사들이 포함되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돈을 그렇게 많이 받는 검사인데 이런 정도의 차별성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이렇게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그만큼의 건강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반드시 생각을 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가장 비근한 예가 요즘 유행하는 PET CT나 피 몇방울로 모든 암을 진단해 준다는 일명 유전자 레벨에서의 암검사들이 되겠습니다.

이들 검사나 진단장비를 포함한 고가의 건강검진 홍보전단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게 숫자입니다. 100%에 가까운 99%네, 95%네 하는 숫자의 압박은 뭔진 잘 모르지만, 이런 고가의 검사가 건강검진에 포함된다면 정말로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게 만들만한 설득력이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일 겁니다. 정확도가 95%네, 민감도가 99%네 이런 말들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건강검진을 선택할 때에는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몇가지 사항들이 있습니다. 위양성율과 위음성율이 되겠습니다.

제가 전공하고 있는 영상의학 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암검진을 한번에 다 해줄수 있다고 홍보하고는 하는 것이 PET/CT입니다만, 확실히 예전부터 시행하던 PET나 CT보다는 훨씬 더 유용한 정보들을 주고 있으며, 실재로 폐암의 경우에서는 암의 병기를 결정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검사방법으로 공인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이미 폐암이 생긴 환자에서 수술을 앞두고 하는 것이고, 아무런 암에 대한 병력도 없고, 암의 가능성을 의심할만한 임상증상들, 즉 체중감소나 마른기침, 감기가 잘 낫지 않고 오래 가는 등의 증상들이 없는 일반 건강검진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이런 좋은 첨단장비가 있고, 한 번 하면 몸 안의 암을 모두 잡아줄 수 있다는 “소문”이 자자한 데 그까이꺼 백만원 효도하는 셈 치고 부모님들에게 권하는게 뭐 어떤가 하는 게 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일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기백만원이나 되는 돈을 지불하면서 본인이나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PET/CT를 시행하고는 했고, 이런 사례가 충분히 쌓이자,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례들을 가지고, 과연 PET/CT가 이런 건강검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를 조사해서 결과를 낸게 작년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핵의학 학술지에 개제된 바가 있습니다.

총 1,336명의 건강검진 대상자를 PET/CT를 했는데, 실재로 암이 진단된 사례가 11명이었습니다만, 대부분이 같이 시행했던 다른 기초적인 검사에서도 발견되는 암이었고, 잘 발견이 되지 않고 실재로 발견하기가 까다로우면서도, 중요한 사망원인 중 하나인 폐암은 단 한건을 발견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재로 아무런 암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암이 있다고 결과가 나와서 하지 않아도 되었을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만들었던 사례는 세배가 넘는 36명이었고, 이 중 폐암이 의심된다고 나와서 횽부CT나, 위험한 폐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했던 예가 6명, 즉 6배나 많았었습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PET/CT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뒤늦게 암이 있었던 걸로 판명난 경우도 5명이나 있었다는 결과를 내었습니다.

즉, 비싼 돈을 주고 검사를 했는데, 돈 값을 하기는 커녕, 되려 병을 만들어 버릴 쾌가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이런 결과에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나이가 아주 많거나, 특정 암에 대해 위험한 요인들 즉 가족력이 있다던지 의심될만한 증상이 있다던지 하는 고위험군을 배제하고 아무런 징조가 없는 건강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첨단 고가의료장비가 정확한 적응증이 아닌, 막연한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시행했을 때에는 단지 투입한 비용과 시간만 버리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기게 하기에 충분한 통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PET/CT는 제대로 된 적응증을 가지고 의사의 판단 하에 시행하는 경우에는 확실한 효과가 보증되어 있는데다, 의료보험도 적용이 되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 또한 그리 크지 않지만, 이른바 피 몇방울로 모든 종류의 암을 모두 검진한다고 선전하고 있는 검사들은 그 종류를 불문하고, PET/CT보다도 훨씬 더 압도적인 false positivity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false positivity가 높으면, 이렇게 양성결과가 나왔을 때 이게 정말로 해당 암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기 위해서 시행할 내시경이나 영상진단에 드는 비용을 모두 대주는 보험계약을 따로 체결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 회사가 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입니다.

이쯤 되면, 이런 식으로 첨단검사장비가 포함되는 고가의 건강검진을 자청하는 행위가 해당되는 개인들을 위해 어떤 편익이 있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뭐,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이정도의 비용도 싼 거라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하겠지만 말이지요.

최근, PET/CT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찾게 된 문헌에서 다른 나라들을 모두 앞지르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선구자적인 결과보고를 낸 것을 보고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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