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ko.usmlelibrary.com/133
http://www.ncbi.nlm.nih.gov/pubmed?term=mattress%20clbp
위에 올린 링크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적어놓고 있습니다. 해당 링크 글에 언급된 논문 초록은 그 밑에 나와있습니다.
허리가 불편한 분들에게 침대를 고르는 것 만큼 민감한 주제도 별로 없을 겁니다. 신기한 건, 우리나라 의사들의 상당수는 허리가 아픈 사람들에게 푹신한 침대를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돌침대 같은 되도록 단단한 침대를 써야지 허리통증이 좋아진다는 말들은 어디서든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의사들의 조언일 겁니다.
하지만, 정말로 요통이 침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가, 그것이 심리적인 만족감, 즉 플라시보효과를 넘어서는 정립된 원칙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조사에서는 오히려, 단단한 침대에서 요통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좋아지는 경우보다 더 많았음을 보고함으로서 이러한 권장사항에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허리가 불편한 사람에게 굳이 단단한 침대로 바꾸거나 돌침대 같은 고가의 지출을 권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상당수의 의사들, 심지어는 저 까지도 허리가 안좋은 환자들에게 단단한 침대를 권해 왔을까요? 가장 근본적인 해답은 의사들이 지금까지 그 문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제 경우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그대로 말을 옮긴 채 이런 말을 환자들에게 해왔던 것이고, 그런 말을 했던 정형외과의사들은 의국에서, 또는 교수님들이 그렇게 말해왔기 때문에, 아니면 지금까지의 요통환자관리에 대한 지침이 그렇게 되어왔기 때문에 그러한 말들을 해왔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정말로, 환자들의 그러한 고민을 자기자신의 것 마냥 진지하게 고민했더라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가진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수십년도 전 부터 이런 연구가 되어 왔을 것이 분명하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어느 누구도 이러한 연구를 시도하지 못한 채 이제서야(논문이 발표된 2008년) 과학적인 침대선택에 대해 일정정도 해답을 제시하게 되었다는 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고통받아온 수백만명의 요통환자들에게는 충격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일일 겁니다.
더 진지하게 의사들이 반성했어야 하는 건, 이렇게 객관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데이터가 발표되기 전 까지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 “잘 모른다”라고 답했어야 함에도 환자들에게 우리들의 무식함을 감추기 위해 대충 얼버무려 가면서 잘못된 가이드를 제시해 왔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잘 모른다고 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변명을 합니다. 갖가지 사이비의학들이 이런 부분을 파고들어서 환자들을 유혹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잘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지 못하고 회피해 왔기 때문에 잃어버리게 된 신뢰는 결국 의사들의 몫이고, 현대의학에게 돌아갈 올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모르는 걸 잘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현대의학을 공부한 의학도 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근거중심의 의학체계를 학문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온 이들만이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신뢰라는 게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현실에선 의료계의 현실이라던지 현장진료의 특성이라든지 이런 걸 핑계삼아 그러한 신뢰를 포기하는 일들을 의료현장에선 늘상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자정하지 않고서 다른 분야를 비판하고 지적하는 건 솔직히 “말빨”이 안먹히는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의사인지라 가끔 의학관련 글을 올릴 때 마다 의사분들과 한의사분들이 서로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지나치게 날 선 공방을 벌이는 걸 볼 때 마다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런 공방 자체가 무의미해서가 아니라, 정작 의료계 안에서의 자정노력이 크게 부족함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의사들이 의학에 충실해 지지 않으면 결국 의학 자체도 회의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