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톨라니의 달걀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건, 전설적인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말했다고 하는 경기순환에 따른 투자자의 심리변화를 설명하는 도식을 말합니다.

제가 이 코스톨라니의 달걀에 대해 또 글을 쓰려는 이유는 코스톨라니의 저서들을 읽으면서 코스톨라니의 달걀에 대한 내용이 뭔가 좀 이상한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도식이 정확히 무엇이냐는게 책에 써져있는 내용과 인터넷이나 대중매체에 돌아다니는 내용이 다릅니다. 대게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게 어떤 식으로 통용이 되느냐 하면 경기의 저점과 고점 및 금리의 저점과 고점을 두 축으로 해서 순환하는 도표를 그려놓고, 금리의 상승 하락에 따라 예금-주식-부동산-채권 중에 어떤걸 사고 팔고 하는지를 설명하는 그림이 많이들 유통되고 있습니다. 구글로 “코스톨라니 달걀” 키워드로 이미지검색을 해봐도 대부분이 이런 그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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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까지 코스톨라니의 저서들을 4권 정도 보고 있어도, 어떤 책에서도 이런 식으로 금리를 끼워넣어서 설명하지를 않습니다. 책 내용에서 코스톨라니가 설명하는 내용도 금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주가가 고점과 저점을 오가는 와중에서 바보들(대중)과 소신파의 심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거래량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를 설명하는 것밖에 읽은게 없는거에요.

제가 코스톨라니의 모든 저서를 읽은게 아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널리 읽혀지는 개론서들에는 금리에 따른 투자상품 선택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없는건 맞는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금리의 흐름을 끼워넣어서 유망한 투자상품을 소개하는 도식은 앙드레 코스톨라니 본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각각의 투자상품을 사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그림을 바꿔치기 해놓고나서 이름만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고 쓰게 된게 오히려 오리지널보다 더 유행하게 된건지도 모릅니다.

책에서 말하는 코스톨라니의 달걀 개념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 도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을 볼 때에도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원래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이 달걀 그림을 그린 이유는 자신의 수십년 경험을 돌아봤을 때, 시장 참여자들 중 멋모르게 군중심리로 행동하는 대중과 소신파 사이의 심리변화의 흐름이 주가에 따라 어떻게 변하더라는 걸 간단하게 그림으로 요약해서 보여준 것이지, 거꾸로 해당 그림대로 세상이 돌아갈거라 믿고 그 그림을 보면서 앞으로를 예측하면 안된다는 거지요.

여기에 더해 하나 더 생각할 게 코스톨라니의 달걀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중의 심리상태 중에서도 명백하게 빠져있는 국면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바로 그 국면이 주식하는 사람들에게는 제일 중요하죠. 다름아닌 갑작스런 “패닉” 국면입니다. 코스톨라니의 달걀에서 하락 초입에서 하락운동이 강화되는 단계를 다 생략하고 순풍에 돛단듯 강세장을 외치다 며칠 되지도 않은 시간 안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순식간에 시장 참여자의 대부분이 다 패닉에 빠져버리는 패닉상황은 코스톨라니의 달걀을 그대로 믿으면서 순환이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질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말 그대로 패닉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지난 1997년의 IMF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가 그런 상황일 겁니다.

그런 패닉장은 코스톨라니의 달걀을 순환하는 흐름을 완전히 비약하는 비일상적인 움직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론적인 전조증상으로 예견할 수도 없는거지요. 그런 상황의 가능성을 가늠해보자 시도하면서 코스톨라니의 달걀모형을 보면서 백날 사색에 빠져봐야, 그런 돌발적인 패닉상황은 도표 어디에도 보이지 않을겁니다.

또하나 고민해 볼게 있습니다. 거꾸로 해당 도식을 가지고서 미래예측에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먼저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이 강화되는 국면을 생각해 봅시다. 달걀의 위아래 사이 가운데 부분을 차지하는 국면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상승이나 하락국면을 파악하는게 뭐 어렵겠나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의 가격추세가 일시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간단한게 아닙니다. 긴 상승 국면 중의 잠깐의 조정인지, 하락 중 잠깐의 회복인지 누가 그걸 확신있게 말해줄 수 있겠느냐는 거죠. 이 때 이 코스톨라니의 달걀에서 봐야 하는게 거래량입니다. 정말로 지금의 상승이나 하락 추세가 계속 지속-강화되는 달걀의 한 가운데 국면이라고 한다면, 거래량이 완만하게 상승하거나, 아니면 별 변화가 없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합니다. 거래량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던지, 뚝 끊어진다든지 하는 변동성이 심해지는 국면은 추세를 강화시켜주는 국면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코스피 월봉차트를 확인해 보시면 이런 특징을 보이는 상승이나 하락구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죠.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변동성이 커지면 그게 바닥이나 천장이라는 신호라고 볼 수 있을까?” 라는 가정도 성립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 역은 성립이 안됩니다. 실제로 코스피 월봉챠트 어디를 살펴봐도 바닥에서 탈출하기 전에 거래량이 늘어난다거나, 가격이 꺽이기 직전에 거래량이 늘어난다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상승 중에 애매하게 거래량이 살짝 오르는 듯 하다가 추세가 꺽이는 경우도 많고, 박스권 내내 거래량이 엄청나다가 슬금슬금 박스권을 뚤을락말락 하는 애매한 상황에서 거래량이 줄면서 상승추세가 나오더라구요. 챠트만 보면 거의 십중팔구는 속기 딱 좋게 그래프가 나오더군요.

결국, 거래량이라는 챠트정보만 가지고 주가의 상승이나 하락추세를 미리 예측하는건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코스톨라니의 달걀을 그대로 맹신해서 주가를 예측하는게 가능하다면, 챠트만 가지고도 주가예측이 가능해야 한다는 거니 당연히 둘 모두 헛소리인게 맞지요. 그런 식으로 상승이나 하락의 전조를 예측할 수 있다면 누가 주식을 못하겠어요? 당연히 예측하는건 불가능한게 정상이죠.

그래서 코스톨라니가 주식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한 거지요. 애초에 코스톨라니가 달걀 그림을 그려가며(그가 직접 그린 그림인것 같지도 않아요. 어떤 책에 보면 훨씬 더 조잡한 그림이 있는데, 아마 그게 코스톨라니 본인의 삽화이지 싶습니다) 역설하려고 했던 건 “대중과 다르게 행동하라”는 것 하나입니다. 대중이 공포에 질릴 때 소신을 가지고 주식을 사고, 대중이 탐욕에 쩔어서 계속 주가를 올릴 때 먼전 빠져나오는 “소신파” 투자자가 되라는 말이 전부입니다. 그 달걀 그림을 그려주면서 주가를 예측하라고 쓴게 아니라는 겁니다.

정말로 코스톨라니가 달걀 그림을 그려주면서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다녔다면, 제가 그의 책을 그렇게 많이 사서 볼 일도 없었을테고, 그를 최고의 투자 스승으로 생각하고 존경하지도 않았을거에요. 결국, 이 길고 지리한 글에서 어떤 상승이나 하락추세가 강화되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는 거래량의 변동을 체크하는 게 그나마 좀 건질만한 팁이라면 팁일수도 있을건데, 제가 제일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건 인터넷 자료에 대한 맹신을 조심하자는 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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