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채, 나쁜 부채

재무제표 보면서 느낀게 부채항목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1. 매입채무 : 쉽게 말해 외상값입니다. 물건을 구입하고 현금을 바로 준게 아니라 어음으로 결제하거나 나중에 주기로 한 빚이죠.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 한하지만 이런 매입채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이자를 줘야 하는 부채가 아니고, 어음결제를 한 경우면 오히려 유동성에 도움이 됩니다.

2. 단기 차입금 : 물론 부채율이 너무 높고 부도날 확률이 높아 오늘내일 하는 기업들은 단기차입금을 잘 봐야 합니다. 그런데, 사업이 안정적이거나 크게 뻗어나가는 기업에서도 사업확장을 위해 단기차입금이 상당히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좋은 형태인지 나쁜 형태인지를 보려면 주석을 들어가봐야 합니다.  주석에 보면, 단기차입금이던 장기차입금이던 간에 친절하게 어느 은행에서 얼마를 빌렸고, 만기가 언제이며 이자율이 얼마인지 다 적어놓습니다. 통상적인 이자율인 5-7퍼센트 이하라면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계열상 최근에 빌리는 차입금의 이자율이 올라가고 있다면, 이건 위험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주석을 보면서 제일 좋은 형태의 단기차입금은 그런 단기차입금에 매출채권으로 담보가 설정되있는 경우입니다. 매출채권(물건을 팔고 나중에 받기로 한 돈)을 담보로 단기차입금을 빌리는 경우는 일단 매출채권 자체가 나중에 떼이기 쉬운 악성 채권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걸 의미하고,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단기 차입금이 늘어난다는 건 양질의 매출채권이 늘어나고 있다는거니 장사가 정말 잘 되고 있다는 간접적인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선수금 : 제일 좋은 형태의 부채입니다. 선수금이 분기마다 늘고 있다? 수주가 늘어서 계약금이 계속 늘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4. 사채 : 사채라는게 사채업자에게서 고리로 돈을 빌렸다는 게 아니고, 대부분은 신주인수권부 사채와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된 항목입니다. 사채 액수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건 이들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주식 수와 전환시기 등을 확인하는게 중요합니다. 아직까지 제가 봐왔던 기업들 중에서는 진짜 고리대금업자들에게서 사채 끌어쓴 경우는 없었지만, 정말 그렇다면 주석에 나오는 해당 사채의 이자율이 무시무시하겠죠?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재무제표 주석을 확인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5. 미지급금, 선수금, 예수금 : 규모가 상당히 큰 경우, 즉 총 부채에서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확인해야겠지만, 대게는 액수가 작고 변동이 크지 않더군요.

6. 기타 : 주석에서 회사의 유형자산들, 이를테면 건물이나 토지등이 얼마나 담보로 설정되어있는지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담보자산을 표로 만들어서 공시하는 경우가 많으니 확인하려면 주석에서 “담보자산”이라고 키워드를 검색하면 나옵니다. 자산이 아무리 많은 기업도, 담보로 설정되있는 유형자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런 기업의 PBR을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겠죠? 또 중요하게 체크해야 하는게 어음이나 회사채의 신용도인데, 작은 회사들은 아예 정상적인 회사채를 발행할 능력이 없어 담보대출과 전환사채 같은 형식으로 차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기업들에서는 부채를 자산화시켜놓은 경우가 있는데, 이건 좀 더 복잡한 문제라 저도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대우조선의 영구채 문제나, 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비 자산처리는 워낙에 유명해서 알아보시면 참고가 되실겁니다.

뭐 이정도가 지금까지 제가 사업보고서 보면서 부채 항목을 보는 관점을 요약해 본겁니다. 사실, 이거저거 따질 필요 없이 어떻게 부채를 조달하고 있는지, 부채율과 이자율이 얼마인지만 봐도 걸러야 할 기업은 금새 걸러지게 되더군요. 재무제표 보면서 혹 참고가 될지 몰라 글을 올려봤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