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트럼프의 집권 후 고립주의 움직임이 커지고, 그 전부터 있었던 리쇼어링이 거세지면서 사람들은 세계화가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대게 “세계화”라는 단어에서 선진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신흥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에 의해 대체되며 선진국의 제조업이 붕괴되는 현상을 떠올릴 겁니다.
그런데, 세계화라는 건 꼭 제조업 설비나 비숙련 일자리의 국가간 이동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니다. 특정지역의 문화와 풍조가 확산되는 것도 세계화의 일종이고, 금융분야 즉 민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돈이 움직이는 것도 세계화의 한 단면입니다.
최근에는 특히 돈이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개미투자자들이 미국주식을 사고,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액수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 반대로 우리 상장기업들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의 측면으로 보는 세계화의 흐름에 현재 거스르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 정도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미국보다 중국과 러시아에 더 깊게 연결되어있는 많은 나라들도 달러가 되었든, 위안화가 되었든 거대한 돈의 흐름에 자국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트럼프 이후 고립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마저도 “돈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한없는 갈증을 내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름아닌 기축통화의 이점을 활용해 침체되어가는 실물경제를 엄청난 국채발행과 주식투자, 각종 금융상품의 발명을 통해 보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미 연준과 재무부가 어마어마하게 뿌려댄 돈이 다른 데서 나오는게 아니었습니다. 이는 유럽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러한 금융경제의 확장 때문에 지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잘 제어되지 않고 있으며 부메랑이 되어 금융시스템에 균열을 내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작금에 점점 커지고 있는 금융불안이 터지게 된다면, 기왕에 망가져있는 제조업경기에 더해 상당한 강도의 경기침체,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킬 확률이 높을텐데, 그 때에 미국은 과연 지금같은 고립주의 분위기가 점점 더 커지게 될지 아니면 그나마 살릴 가망이 있는 금융분야의 위축을 회복시키고 미국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세계화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가게 될 지,,, 미국인들의 선택이 자못 궁금해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내년 11월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매번 좋은 글만 읽고 가다 덧글을 남깁니다.
말씀처럼 세계화는 다른 이름으로 계속 진행되고
지금의 혼란이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보가 이렇게 빠르게 확산되는 시기에 이전과 같은 방향으로 경제도 흘러가지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신중함과 용기 둘 중 늘 선택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