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문장은 1976년부터 1982년까지 멕시코 대통령을 역임했던 호세 로페즈 포르틸로(호세 로페즈 포르티요)가 했던 발언입니다. 말만 보면 뭔가 그럴듯하고 있어보이는 말이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뭔가 좀 썰렁하게 느껴지는 발언인데, 이 발언이 나온 사연지 참 재미있습니다.
1970년 대 미국은 닉슨의 금태환 거부선언 이후 1,2차 오일쇼크와 함께 달러화가치가 폭락하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점점 석유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석유를 확보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여론이 들끓던 와중, 멕시코에서 대량의 유전이 발견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꼭 경제적인 동인이 아니라도 불법이민이문제 등 멕시코를 끌어안고 가야할 이유가 많았기에 일단 GATT 가입부터 권유하며 협상을 시작합니다.
미국이 70년대 내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힘들었던 반면 멕시코는 앞서 석유의 발견 뿐 아니라 여러 요인들로 경제상황이 괜찮았던 시절을 보냈습니다. 거기에 미국은 역사적으로 멕시코를 침략해서 엄청난 국토를 빼앗아간 원수일 뿐 아니라 당시로서도 다시 전쟁을 벌여 침략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적국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도 미국과의 경제개방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멕시코 대통령이었던 호세 로페즈 포르틸로 대통령이 미국과의 GATT 가입협상 과정에서 했던 발언이 제목과 같은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다뤄야 한다”라는 말입니다. GATT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세 세율을 기존보다 낮추어야 했지만, 멕시코는 그러한 관세인하를 용납할 수 없다고 고집하면서도, GATT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수출시의 혜택은 고스라니 다 받아야 한다는 매우 “불평등한” 주장을 반복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들과 멕시코의 경제적 입장 자체가 불평등하기에 이를 무시하고 모두 같은 기준과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야 말로 평등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1979년 미국과 포르틸로 대통령은 한 번 GATT 가입에 합의를 했었지만, 합의가 멕시코 국내에 알려져 정치적 소란에 직면하자, 이미 합의했던 것을 철회해버리기도 했습니다. 딱 그 시점까지는 멕시코 경제가 괜찮았기 때문에 GATT 가입의 철회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1979년 10월6일에 폴 벌커가 벌인 “토요일 밤의 학살”, 즉 기준금리를 15.5%라는 살인적인 수준으로 올려버리는 초긴축정책이 시행되면서 달러는 초강세로 전환되고, 전세계의 달러가 미국 본토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975년 멕시코의 외채는 180억 달러였던 것이 1981년 780억달러로 네배 가까이 불어났는데, 주요 외화 획득원이던 석유 생산량은 예상치를 밑돌게 되면서 도저히 외채를 갚을 수 없게 되자 1982년 8월 멕시코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합니다. 포르틸로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불에 휘발유를 끼얹어버립니다. 모든 멕시코 은행을 국유화해버린겁니다.
이러면서 토르틸로 대통령은 “페소화를 개처럼 지키겠다”라고 공언했지만, 두달도 지나지 않은 10월에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는 4분의1토막이 되버리고, 경제는 마비되었으며, 이후 7년동안 멕시코 경제는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멕시코 국민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친인척들을 정부 요직에 앉혔던 그가 퇴임한 후 가지고 있던 다섯채의 호화별장을 “Dog Hill”이라 부르며 조롱했으며, 국가예산 중 당시 화폐가치로 10억달러 이상의 돈을 횡령하는 등 수많은 부패행위가 드러났음에도, 결국은 그의 최측근들만 기소해서 감옥에 보내는 정도로 유야무야 넘어가게 됩니다.
멕시코의 이러한 부패와 무능, 그리고 그 대가로 고통받은 국민의 눈물로 얼룩진 역사를 돌아볼 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상황이 괜찮았을 때 오만하고 게으른 리더들, 내부의 여론을 국가의 안위보다 더 신경쓰는 지도자들, 사회 각 부문에 만연되있는 부패와 무능들을 감시하지 못하고 눈감게 되었을 때 그 대가는 일반 국민이 받게 되며,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는 상황이 좋았을 때에는 절대로 제대로 체감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교하게 관리되지 않고 앞뒤 재지 않은 무계획적인 개방과 자유화도 커다란 파국과 불행을 가져오지만, 부패와 담합으로 폐쇄되고 정경유착으로 점철된 경제를 “보호”라는 명목으로 계속 유지하는 행위도 위기에 한없이 취약해지다 결국엔 커다란 파국을 가져오는 독배와 같다는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